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며느리 축제’에서도 며느리는 밥하라고?”

알림

“‘며느리 축제’에서도 며느리는 밥하라고?”

입력
2017.11.03 17:51
0 0

지난달 31일 주부 서모(40)씨는 강원 황지연못과 황부자며느리공원에서 개최됐던 ‘태백 며느리 축제’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축제는 지난달 20일 태백시와 태백시여성단체협의회가 올해 처음 개최한 것으로, 여성의 사회 참여를 통해 양성평등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정작 축제의 구성은 ‘며느리 부침개’, ‘며느리 도시락 싸기’ 등 결국 며느리를 다시 가사노동으로 밀어 넣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달 20일부터 이틀간 개최되었던 '2017 태백 며느리 축제' 포스터.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보이는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포스터에는 '비전을 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강원 태백시 홈페이지.
지난 달 20일부터 이틀간 개최되었던 '2017 태백 며느리 축제' 포스터.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보이는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포스터에는 '비전을 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강원 태백시 홈페이지.

서씨는 “포스터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손을 맞잡고 ‘비전을 품다’라고 쓰여 있는데 도대체 무슨 비전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결국 여성은 결혼을 하면 시어머니를 위하고 가사노동에 충실한 ‘며느리’가 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 같다”며 분개했다.

'태백 며느리 축제'의 취지와 구성에 대해 누리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쾌함을 표출하고 있다. 트위터 캡쳐.
'태백 며느리 축제'의 취지와 구성에 대해 누리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쾌함을 표출하고 있다. 트위터 캡쳐.

서씨를 비롯해 관련 보도를 접한 네티즌들은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다. 서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결국 ‘며느리 부침개’는 며느리를 부친건가요? 볶는것도 모자라 이젠부치려고?” 라는 비판글을 올렸다. 다른 네티즌들 역시 “며느리 음식 솜씨를 체험하는 것이 여성권익증진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글을 게시중이다.

태백 며느리 축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도되진 않았지만 며느리들이 지역 내 동아리에서 갈고 닦아온 춤, 노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공연이 이틀 내내 진행되었다" 며 “며느리 축제는 쌓였던 노고를 해소하는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고부갈등해소, 가족소통, 세대공감이 당초 계획했던 ‘비전’이었으며, 먹거리 축제에 '며느리'를 붙인 것은 지역 명소인 '며느리 연못'을 홍보하기 위함이었지 가사노동을 시킨다는 취지는 없었다"며 "내년 며느리축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불쾌함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에 신경쓰겠다"고 덧붙였다.

'2017 영양 고추 H.O.T 페스티벌'에 설치된 음수대와 '풍기 인삼축제'의 인삼 조형물. 연합뉴스.
'2017 영양 고추 H.O.T 페스티벌'에 설치된 음수대와 '풍기 인삼축제'의 인삼 조형물. 연합뉴스.

기획의도를 살리지 못한 축제 기획으로 빈축을 산 축제는 또 있다. 지난 달 6일부터 3일간 열린 ‘제 16회 해미읍성 축제’가 그것이다. 이 축제의 경우, 이순신 장군이 근무했고 또 천주교도 박해라는 역사가 담긴 해미읍성의 뜻을 알린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축제에서는 태종대왕 행렬 및 강무 재현, 수문장 교대식 등 조선시대 역사 속으로 떠나는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작 숙연하게 이뤄져야 할 천주교 박해 및 순교 행렬 공연에 '어우동' 복장을 하거나 운동화에 선글라스를 쓴 직원들이 참가해 빈축을 샀다. 관계자는 “’어우동’ 복장은 행사 마지막 부분, 조선시대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여 주려던 것이고 직원들의 복장을 일일이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지난 달 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경북 영양군의 '2017 영양 고추 H.O.T 페스티벌'과 지난달 21일부터 9일간 경북영주시에서열렸던 '풍기 인삼축제'는 취지에 어긋난 조형물들로 관람객과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았다. 고추 축제에는 특산물의 상징에 맞춰 ‘벗은 아동 음수대’가 설치돼 아이의 성기 부분에서 오미자차를 따라 마시게 했지만 관람객들이 “흉측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당일 오후 철거됐다. 인삼축제에도 인삼을 효능을 강조한다며 남성 성기를 형상화 한 인삼 조형물이 설치됐지만 같은 이유로 철거됐다.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정기은 교수는 “지자체가 단기적인 관광객 확보를 위해 급하게 기획을 구성하다 보니 논란이 생긴 것”이라며 “축제를 홍보할 때에는 취지에 맞는 단어나 소재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오래 가는 축제는 결국 지역민의 교류를 높이고 지역 특색을 살린 것”이라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역의 의미를 살린 축제를 기획할 것을 강조했다.

이지영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