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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차(茶)에도 있었던 강남스타일, 그리고 커피

입력
2017.07.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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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가 한자를 이해하는 방식은 ‘하늘 천(天)’에서처럼, 우리말인 ‘하늘’과 중국말인 ‘천’을 결합시키는 구조이다. 그런데 ‘차 다(茶)’의 경우는 뭔가 다르다. 茶는 찻잔ㆍ찻잎ㆍ차례ㆍ녹차에서처럼 ‘차’라는 발음도 나지만, 다방ㆍ다식ㆍ다구ㆍ다도에서처럼 ‘다’의 발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차는 우리말이고 다는 중국 발음이 아닌 것이다.

사실 중국 양자강 이북의 茶에 대한 발음이 바로 차고, 양자강 이남의 남방지역 발음이 다이다. 즉 강북스타일이 차고 강남스타일이 다라는 말이다. 중국은 땅이 넓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 한자발음에도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茶는 북방의 육로를 통해서 먼저 우리에게 전해지고, 이 과정에서 그 발음은 차로 정착된다. 이후 육조시대부터 강남의 한족문화가 발달하면서 전래된 것이 바로 다 발음이다. 그리고 이 둘을 합친 것이 ‘차 다’로, 이는 처음에는 차로 불렸다가 후에 다로 개변된 상황을 잘 나타내준다.

중국에서 차가 발전하는 것은 산이 적고 평지가 많아 물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즉 유해한 물을 섭취가 가능하도록 중화시키는 수단으로서 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에서의 차란, 선택적인 기호식품이 아닌 생존에 필수적인 일상이 된다. 이 때문에 항다반사(恒茶飯事), 즉 항상 있는 일의 대표로서 차 마시고 밥 먹는 일이 꼽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는 ‘거지도 차통은 들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이는 차의 필연성과 일상성을 잘 나타내준다.

중국 당나라 중기에 발전하는 선불교는 누구나 자신의 마음만 통찰하면 깨달아 붓다가 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누구나란, 민중적인 보편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때문에 선불교는 손쉽게 차와 결합하는 구조를 확보하게 된다.

차와 선의 결합구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구는 ‘다선일미(茶禪一味)’ 즉 차와 선은 한 맛이라는 것이다. 이는 차와 선은 고아한 풍취를 가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상의 어느 곳에나 두루 편재해 있는 손쉬움이라는 뜻이다. 마치 물처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동시에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된다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때로 차는 사찰에서 참선수행을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차의 카페인 성분을 이용해서 참선 중에 생기는 졸음을 떨쳐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차와 관련된 달마대사의 이야기는 이를 잘 나타내준다. 달마가 하루는 참선을 하고 있는데, 눈꺼풀이 천근만근으로 내려앉더란다. 속설에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졸릴 때의 눈꺼풀이라고 하는데, 누구나 한 번쯤은 수긍할 만한 말이다.

그런데 이후 달마의 행동은 무척이나 과격하다. 자신의 눈꺼풀을 뜯어서 등 뒤로 던지고 계속 참선을 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달마도’를 보면 달마의 눈동자는 눈꺼풀이 없는 부리부리하고 커다란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달마가 등 뒤로 집어 던진 눈꺼풀이 떨어진 곳에는 이후 눈꺼풀 모양의 나뭇잎을 가진 식물이 자라났다. 이걸 우려 마시니 졸음이 달아나고 정신이 맑아졌는데, 이것이 바로 차라는 것이다.

중국의 차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으로까지 소급되니, 달마의 눈꺼풀이 차의 시작일 리는 만무하다. 다만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후대의 선종사찰에서 차가 수행을 보조하는 각성제의 용도로도 사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커피의 최대품종을 아라비카라고 하는 것 역시 아라비아의 이슬람들이 철야기도를 하는 과정에서 각성제로 사용하면서 주변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오늘날 우리가 기호식품으로만 치부하는 차와 커피는 한 시기에는 모두 종교 식품이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깨어있으려는 인간의 추구가 남긴 지문과 같은 흔적이 아닐까?!

자현 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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