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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ㆍ파키스탄, 군부 다시 ‘정치 개입’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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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ㆍ파키스탄, 군부 다시 ‘정치 개입’ 꿈틀

입력
2018.07.23 18:00
수정
2018.07.23 18:3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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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 장성에게 장관 시킬 것” 공언

극우 보우소나루 대통령 후보 등

10월 브라질 선거에 軍 대거 출마

# 25일 예정 파키스탄 총선서도

군부, 특정 정당 배후서 지원

“폭력으로 출마 포기 압박” 증언도

지난 4월 19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육군의 날’ 행사에 참석한 사회기독당의 대선 후보 자이르 볼소나루 하원의원이 장병들 앞에서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 보이고 있다. 군 장교 출신인 볼소나루 후보는 군사독재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선거운동을 통해 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지난 4월 19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육군의 날’ 행사에 참석한 사회기독당의 대선 후보 자이르 볼소나루 하원의원이 장병들 앞에서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 보이고 있다. 군 장교 출신인 볼소나루 후보는 군사독재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선거운동을 통해 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군부가 (부패한) 정치 엘리트를 쓸어 버리고, 6개월 안에 새로운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의 마우리시오 산토루 정치학과 교수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을 향한 브라질의 민심을 이렇게 진단했다. 군부의 장기 독재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단기적인 정치 개입’은 필요하다고 여기는 유권자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그는 “특히 군부 통치 시절을 겪지 않은 이들(젊은 세대) 사이에 그런 생각이 퍼져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21년간 군사독재 정권(1964~1985년)을 경험했던, 그러나 이제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안정된 민주주의 시스템을 뿌리내린 국가로 평가받는 브라질에서 군부가 30여년 만에 또다시 ‘정치 개입’을 본격화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총선 등을 통해 군 출신 인사들이 대거 정치권에 침투하려 하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오는 10월 7일 대통령과 주지사, 연방 상ㆍ하원 의원, 주의원 등을 뽑는 선거에 출마하는 군인 출신 후보는 현재까지 90명에 달한다. 후보들 숫자도 상당하지만 퇴역 장성, 군 수뇌부와 가까운 전직 관리들이 지원 사격에 나서며 선거운동 판을 휩쓸고 있다. 계속되는 경제 위기, 전ㆍ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 등에 대한 집중 비판은 물론, “나라를 구하려면 ‘군대의 가치’인 규율과 애국심으로 무장한 (군 출신) 후보들이 대안”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로선 ‘선거를 통한’ 정치권 진입 시도인 만큼, 그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렵다. 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최근 전역한 4성 장군 출신 안토니우 모루앙은 현역 시절이었던 지난해 “우리는 위기일발의 국면에 처해 있다”며 “부패한 지배 계급을 제거하려면 군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거는 예비적 해결책”이라고도 했다. 공공연하게 쿠데타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특히 한 대선 후보는 ‘실질적인 군사정권’의 탄생까지 예고했다. 극우 성향으로 지지율 선두권인 사회자유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는 최근 “(대통령이 되면) 장관들로는 현역 장성들을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군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유능하기 때문”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으나, 군사독재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발언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우소나루는 민주화 이후 직업군인 출신 첫 대선 후보이기도 하다.

군부의 정치 개입이 문제가 되는 민주주의 국가는 브라질뿐이 아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문민정부가 두 차례 연속 쿠데타 없이 유지된 파키스탄에서도 이달 25일 치러지는 총선에 드리운 군부의 그림자는 매우 짙다. 1947년 독립한 파키스탄의 경우 군부는 직접 통치기간(31년) 이외에도 특정 정당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방법 등으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현지 언론은 이번 선거와 관련해서도 “군 정보기관원이 두들겨 패면서 출마 포기를 압박했다”는 한 여당 후보의 폭로, 군에 비판적인 언론사의 보도 중단 등 군대의 선거 개입 사례를 전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 곳곳의 ‘우향우’ 바람은 물론, 폴란드와 헝가리, 터키 등 기존 민주주의 국가에서 급부상하는 권위주의 물결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의 카를로스 피코 역사학과 교수는 “각국의 이런 움직임은 서로 다른 측면이 있지만, 그 배경엔 불만과 두려움이 있다”며 “군부의 정치세력화는 ‘권위주의적 정책의 채택’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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