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성일중 유휴시설에
직업능력 개발센터 건립 공사
지역 주민 반대로 중단되자
부모들 서울시교육청 점거 농성
출입통제에 항의 자녀 놓고 떠나
2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본관 앞. 경찰버스 한 대가 가로막은 본관 정문 앞에 승용차 몇 대가 차례로 멈춰 서더니 책가방을 멘 학생들을 내려 놓고 그대로 사라졌다. 하나 둘씩 정문 앞에 모여 든 학생은 이날 오후 40여명으로 불어났다. 걱정스러운 행인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없이 아이들은 천진스럽게 정문 앞을 뛰어 다니며 “꺅 꺅” 괴성을 질렀다. 보다 못한 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정문으로 나와 아이들을 지켰지만, 아이들이 차량 사이로 왔다갔다하며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9시간 가량 길바닥에 나앉아 있던 아이들은 이날 오후 5시께 시교육청 별관 사무실로 안내돼 밤을 보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교육청 앞에 앉아있던 아이들은 발달장애 학생들. 부모들이 이들을 이렇게 놓고 간 이유는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직업능력 개발센터 건립 중단을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교육부 고용노동부 시교육청 등은 2013년 서울 동대문구 성일중 유휴시설에 센터를 짓기로 하고 지난해 9월 착공식을 가졌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공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발달장애아 학부모들 모임인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김남연(49) 대표는 “첫번째 발달장애 직업능력 개발센터 공사가 무산되자 추가로 지을 예정이었던 전국 5개 센터의 공사가 줄줄이 취소됐다”며 “아이들이 자립해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28일 발달장애아 학부모 100여명은 시교육청 본관 앞을 점거하고 “개발센터 공사를 당장 재개하라”고 농성을 했다. 다음날에도 농성을 이어가려 했던 학부모들은 새벽부터 경찰이 시교육청을 막고 출입을 통제하자 항의 차원에서 자녀를 내려 놓고 떠났다. 학부모들은 바로 경찰서를 찾아 “아이들을 유기하고 왔으니 처벌해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보호할 수 없는 곳에 버려 두고 간 것이 아니다”라며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시교육청에 아이들을 등교시켜 아이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며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센터 공사가 재개될 때까지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31일 오후까지도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3일째 시교육청 별관에 머물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10여 차례 설명회와 공청회를 갖고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설득하는 중”이라며 “지역 주민들과 합의한 대로 성일중 개ㆍ보수 공사를 끝내고 나면 반대 주민을 설득해 센터를 완공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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