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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이민 정책에… 칠레가 ‘기회의 땅’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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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이민 정책에… 칠레가 ‘기회의 땅’ 됐다

입력
2018.01.22 17:3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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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대표적 부국… 치안도 안정

불법체류자 자녀에도 교육 등 제공

출산율 낮아 급속한 고령화 진행

수십만 이민자로 노동력 해결 목표

남미의 대표적인 우등생 국가로 통하는 칠레가 이민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칠레 이민국에서 대기 중인 입국자들. 트위터 캡처
남미의 대표적인 우등생 국가로 통하는 칠레가 이민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칠레 이민국에서 대기 중인 입국자들. 트위터 캡처

1년 전 칠레로 이주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출신의 쟝 로니(37). 요즘 아이티의 친구들을 불러들이느라 정신이 없다. 칠레 입국 후 곧바로 건설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더 나은 삶을 찾아 칠레에 정착한 지난 1년이 무척 만족스럽다”며 “영주권을 받는 대로 고향에 있는 세 자녀도 칠레로 데려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이티를 비롯한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를 ‘거지소굴’로 비하한 뒤 벌어진 미국 내 이민갈등이 남미 우등생 칠레의 위상을 빛나게 하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대체할 이민 강국이 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칠레에서 기회를 찾는 남미 빈민국 이민자가 기록적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반 이민’ 정책에 주력하는 동안 남미의 대표적인 부국이자 치안이 안정된 칠레로 발길을 돌리는 이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칠레는 불법 체류자 자녀에게도 공교육과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등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견지해 왔다.

실제로 칠레에는 매년 수 십 만명의 중남미 국민이 몰려든다. 칠레 이민국에 따르면 2016년 콜럼비아 국적자의 이민비자 신청은 전년 대비 40.7% 증가한 2만8,361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치안 불안으로 살기 힘들어진 베네수엘라 국민의 신청은 전년 대비 323.7% 늘었다.

특히 ‘거지소굴’로 지목된 아이티 출신자들의 칠레 입국도 대거 늘었다. 전년 대비 419% 증가했다. 실제 입국자도 2016년 4만9,000명에서 지난해에는 10만5,000명으로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칠레 수도 산티아고 중심가에 위치한 이민국 건물 밖에는 매일같이 이민 도장을 받으려는 줄이 한 블록 이상 늘어선다”고 전했다. 로드리고 산도발 전 칠레 이민국장은 “단기간 내 이처럼 폭발적으로 이민이 급증한 사례는 칠레 역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칠레 정부의 개방적 이민 정책은 인도적인 이유와는 거리가 멀다. 남미에서 보기 드물게 부패가 드문 것처럼 출산율도 낮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남미 형제들을 영입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칠레의 경우 2000년에는 생산가능 인구 7.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지만 2030년에는 3.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개방적 이민정책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칠레 내부에서 나온다. 경제 성장 둔화기에 접어들면 이민자들에게 지출된 복지수요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개방 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지난해 4~5월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칠레 국민은 40%로, 2003년 63%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또 응답자 3명 중 2명은 ‘이민자들이 칠레인보다 노동의욕이 높다’고 답했다.

외신은 칠레의 이민자 급증을 21세기 이후 바뀐 국제사회의 이민 행태와도 연관 지으려 하고 있다. 선진국이 해외 노동자를 받아들였던 과거와 달리 신흥공업국 및 개발도상국 간 이민이 늘고 있는 최근의 전형적 추세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이민자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9,200만명이 개도국에서 신흥국ㆍ개도국 사이에서 이주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라틴아메리카 주요국 부패인식지수/2018-01-22(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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