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에 공조 없이 나섰다가 실패해 비난 받은 검찰과 경찰이 유씨 장남 대균(44)씨 검거 및 수사에서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김회종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장(2차장검사)은 26일 오후 5시 대균씨 조사 브리핑에서 “(대균씨가 은신했던) 오피스텔을 언론에 공개할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피스텔 소유자인 하모씨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하지만 같은 시간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오피스텔에서 현장 감식을 하면서 이미 언론에 공개했다. 검·경이 전혀 정보 공유를 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인천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검찰에서 브리핑을 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균씨가 검거되기 직전 검찰이 “대균씨가 자수하면 선처하겠다”고 발표하던 25일 오후 4시 경찰은 이미 용인시 오피스텔에서 대균씨 검거 작전 중이었다. 경찰은 검찰 발표 후 3시간만인 오후 7시쯤 대균씨를 체포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유씨와 대균씨가 은신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에 수사관을 보내 확인하는 일은 수시로 이뤄져 왔다”며 “매번 검찰에 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균씨 검거 이후에도 경찰은 인천경찰청 광수대에서 기초조사를 벌인 뒤 인천지검으로 신병을 인계한다고 발표했으나 검찰은 인천지검으로 올 것이라며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대균씨는 도피를 도운 박수경(34·여)씨와 함께 인천청 광수대에서 5분간 신원 확인을 받고서야 검찰로 넘겨졌다.
검찰은 또 전남 순천시 서면의 ‘숲 속의 추억’ 별장에서 유씨의 소변 통을 확보하고도 한 달 가까이 쉬쉬하다가 뒤늦게 경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 변사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경찰청 수사본부는 검찰이 5월 25일 순천 별장 ‘숲 속의 추억’을 급습할 당시 유씨가 2층 비밀공간에 숨어있을 때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페트병 3개를 25일에야 넘겨받았다. 용기는 페트병 1.8ℓ짜리 2개와 500㎖짜리 1개로 이중 1.8ℓ 페트병 1개에 소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경찰은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페트병을 보내 유씨의 소변이 맞는지 감정을 의뢰했다.
검찰은 페트병이 소변 양에 따라 유씨가 별장을 빠져 나온 시간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었음에도 그 동안 이를 숨겨왔다. 검찰은 별장 비밀공간과 돈가방의 존재를 지난 23일 뒤늦게 공개할 때도 소변 통의 존재를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
검ㆍ경의 미흡한 공조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인천지검은 27일 브리핑에 인천경찰청 폭력계장과 광역수사대장을 배석시켰지만 이들은 브리핑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순천=하태민기자 hamong@hk.co.kr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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