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의 역사를 한 자리에서 지켜온 석가탑은 백제 석공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로 인해 무영탑(無影塔: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탑)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원래 이름은 ‘석가여래상주설법탑(釋迦如來常住設法塔)’이다. 750년경 통일신라의 재상 김대성이 불국사를 창건하며 다보탑과 함께 세웠던 석가탑은 수 차례의 낙뢰와 지진에도 원형을 잘 보존해 왔다. 하지만 1966년 9월 도굴범에 의해 훼손돼 탑신부의 해체수리와 복원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었고, 이때 세계 최초의 목판인쇄본인 국보 제126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발견되고 했다.이후 잘 버티고 있던 탑은 2010년 안전점검 과정에서 기단과 몸돌에 균열이 발견됐고 긴 시간 동안 가설덧집에서 정비와 복원작업을 마친 후 지난 14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전통과 과학기술의 힘으로 원형의 모습으로 복원된 석가탑은 다시 천 년의 새 생명을 얻은 것이다. 어린 시절, 완행열차를 타고 수학여행 첫 코스인 불국사에 도착해서 바라보던 웅장하고 남성미 넘치는 석가탑의 감동을 누구나 지니고 있을 것이다. 복원을 마치고 돌아와 석양빛에 물들어가는 석가탑이 지나간 추억의 한 자락을 불러들인 것일까.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변함없이 따뜻하게 우리를 맞아 주는 석가탑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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