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희
문화연구자

등록 : 2017.04.21 14:56
수정 : 2017.04.21 14:56

[2030 세상보기]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

등록 : 2017.04.21 14:56
수정 : 2017.04.21 14:56

지난 주말, 안산에 다녀왔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분향소를 찾았다.

유모차에 탄 아이에서 노인까지, 노란 리본을 달고 추모행렬에 함께 했다. 그곳에 가니 고통과 평화가 공존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4.16 안전공원’ 조성을 위한 서명이 한창이었다. 좀 전에는 3주기 세월호 기억식에 참석하기 위해 각 지역에서 1,0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찾아와 세월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의 참여와 보이지 않는 질서 정연함, 그리고 앞으로 풀어야 할 숱한 문제들. 안정을 보장하리라 믿었던 국가의 빈자리는 시민들의 참여와 행동으로 채워가고 있었다. 팽목항과 안산과 광화문, 그 밖에도 각 지역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진상을 요구하기 위한 움직임은 이어졌다. 참사 1,075일 만에 세월호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아침마다 뉴스를 보면서도 이건 기적이라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예산 문제로 어렵다던 정부의 발표가 무색할 정도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난 지 며칠도 안 되어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다니! 3년 만에 마주한 세월호는 비록 낡았고, 일부가 절단되어 버렸지만 이전과 다른 행보에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희망을 감히 품어보았다.

세월호 3주기 기억식이 열린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헌화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그런데 분향소를 다녀온 후 나는 알 수 없는 허전함을 느꼈다. 무엇을 잃어버린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찾지 못했다. 원고를 수정하는 내내 허전함은 이어졌다. 그러다 번뜩, 사라진 사진이 떠올랐다. 꽃으로 채워져 알아보지 못했던 자리, 사진이 다시 배치되어 기억하지 못하는 얼굴. 세월호에 있던 사람들, 거기에는 동창들과 여행길에 오른 사람들도, 아이도, 이주민도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

세월호는 예기치 못한 재난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예상할 수 없었던 건 재난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모습이었다. 정부는 세월호 유가족을 연행했고, 보상을 운운하며 생존자와 유가족을 돈에 눈 먼 사람들로 치부했다. 마치 망각하는 길이 ‘정상화’로 가는 길인 것 마냥 죽음에 서열을 매기고, 보상으로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 이뿐인가. 단식투쟁을 하는 사람들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시켜먹는 이들도 있었고, 문자나 댓글로 가족을 비방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애도할 수 있는 집단과 애도할 수 없는 집단으로 가르고, 국민과 비국민으로 가름으로써 고통을 온 몸으로 견디고 서 있는 사람들을 구분하는 일. 끊임없이 애도를 방해하고, 힐난과 혐오 집단으로 세월호 생존자와 가족을 대하는 사회. ‘세월호’는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그 이면에서 어떻게 사회적 낙인이 찍혀지는지를 보여줬다.

한국사회가 얼마나 충분히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말을 걸어왔는지 돌아본다. 세월호 이후 살던 지역에서 이사를 떠난 사람들,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사람들, 말문이 막혀버린 사람들이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진상규명을 위해 하던 일을 중단하고 빚을 내며 살아가는 유가족의 이야기, 세월호 이후 트라우마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생존자의 이야기도 들었다. 재난 이후에 또 다른 생존과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시 봄은 와버렸고, 오늘도 어디선가 세월호의 기억과 싸우고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구조대원에게 전화를 걸던 당시 음성파일을 들었다. “여기 세월혼데요. 어느 정도 오셨어요?”, “해경이 오고 계신데요?”, “출발한 지 얼마 만에 와요?” 간절하게 구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나는 얼마나 다가간 걸까? 3년 전 목소리는 오늘 나에게 ‘당신은 세월호에 어디까지 왔는지’ 묻는 것만 같다. 그 물음에 답은 진상규명과 함께 앞으로 세월호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준비가 아닐까.

천주희 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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