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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조연들의 '겹치기'… 여름 극장가 유감

입력
2014.07.2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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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릴레이 군도ㆍ명량ㆍ해적ㆍ해무에

조진웅ㆍ이경영ㆍ한예리 등 곳곳 출연

선에서 악으로, 과거서 현재로

명품 조연이라지만...관객들 어리둥절

여름 흥행고지를 향한 충무로 대작들의 각개약진이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제작비 100억원 대의 충무로 대작 네 편이 일주일 간격으로 릴레이 하듯 극장가에 선보인다. 첫 테이프는 ‘군도: 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가 끊었다. 개봉 첫 주 3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30일 ‘명량’(감독 김한민)이 출항하면 흥행전선에 변화가 있을 조짐이다. 이순신 장군의 지략과 용기를 스크린으로 체감할 수 있는 ‘명량’은 한국인의 정서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은 내달 6일 개봉하는데 ‘군도’와 ‘명량’의 스크린 장악을 저지할 기세다. ‘지리산 웨스턴’을 표방한 ‘군도’와 우직한 정통사극을 내세운 ‘명량’과 달리 ‘해적’은 퓨전 코믹 사극으로 승부한다. 할리우드 해양 블록버스터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밀항선을 소재로 묵직한 주제의식을 전하는 ‘해무’(감독 심성보)는 내달 13일 선보이며 앞서 개봉한 세 편의 흥행 행보를 막아 설 모양새다.

올해 흥행대전에는 국내 빅4 투자배급사(쇼박스와 CJ E&M 영화부문, 롯데엔터테인먼트, NEW)의 자존심이 걸려있다. 가장 큰 대목인 여름 시장의 흥행은 한 해 장사를 좌지우지한다. 각 투자 배급사들은 서로 쉬쉬하며 개봉일과 개봉 전략을 마련했다.

겹치기 출연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군도'에서는 양반 출신 의적(왼쪽 사진), '명량'에선 왜군 장수로 등장하는 조진웅.
겹치기 출연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군도'에서는 양반 출신 의적(왼쪽 사진), '명량'에선 왜군 장수로 등장하는 조진웅.

좁은 틈도 내줄 수 없다는 듯 치열하게 경쟁하는 네 영화는 몇몇 조연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조진웅은 ‘군도’에선 양반 출신으로 의적 무리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이태기를 연기했고 ‘명량’에선 왜군 장수 와키자카 역할을 맡았다. ‘군도’에서 도포 자락 휘날리는 조진웅을 볼 수 있다면 ‘명량’에선 분노로 콧수염을 실룩거리는 그의 연기와 마주하게 된다. ‘명량’과 ‘해적’은 김원해로 연결된다. 그는 ‘명량’에서 왜군과의 맞대결을 누누이 반대하다 이순신 시해까지 시도하는 ‘악역’ 경상우수사 배설을 연기한다. 반면 ‘해적’에선 관객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는 ‘산적 찌끄래기’ 춘섭으로 분했다.

'군도'에서는 의적 승려로(왼쪽 사진), '해적'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악한 해적으로 겹치기 출연한 이경영.
'군도'에서는 의적 승려로(왼쪽 사진), '해적'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악한 해적으로 겹치기 출연한 이경영.

이경영은 ‘군도’와 ‘해적’에 모습을 드러낸다. 의적 무리의 정신적 지주인 땡추(‘군도’)와 피도 눈물도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해적 두목 소마(‘해적’)를 동시에 연기했다. 두 인물은 성격이 판연히 다른데 기이하게도 염불을 입에 달고 다니는 공통점을 지녔다. ‘군도’와 ‘해무’는 한예리를 매개로 연을 맺고 있다. 한예리는 백정 출신 의적인 도치의 여동생(‘군도’)으로 살다가 밀항선에 올라타 순수한 선원 동식(박유천)과 안타까운 사랑을 나누는 재중동포 여인(‘해무’)으로 변신한다.

감독과 제작자는 명품 조연으로 자신들의 영화를 빛내고 싶어한다. 대형 스타를 앞세우고 대중의 눈에 익은 조연을 곁들여 흥행몰이에 나선다. 하지만 충무로엔 쓸만한 조연이 그리 많지 않다. 그 얼굴에 그 인물이다. 2011년 여름 극장가에서도 웃지 못할 겹치기 출연이 있었다. 제작비 100억원대의 두 영화 ‘퀵’과 ‘고지전’이 한 날 개봉했는데 고창석이 ‘양다리’를 걸쳤다. 관객은 우스꽝스러운 몸짓의 형사 고창석과,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 쓰러져가는 무명용사 고창석을 동시에 지켜봐야만 했다.

아무리 대작 네 편이 몰렸고 명품 조연은 적다고 하나 여름극장가 배우들의 ‘동시 출연’은 눈에 거슬린다. 선한 역과 악한 역을 오가거나 과거와 현대를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연기 변신이라 표현하기 멋쩍다. 최근 활황을 누린다고 해도 여전히 영세한 충무로의 맨 얼굴을 보는 듯하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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