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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반려동물은 소유물이 아니다

입력
2016.03.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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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는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의 수가 많아졌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고양이는 강아지처럼 산책을 시킬 필요가 없고 혼자 키우기 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예전에는 고양이보다 강아지가 더 인기가 있었지만 요즘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집에서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모두 포메라니안 암컷이다. 한 마리는 2008년 동물병원에서 분양 받았고 또 한 마리는 2013년의 한 애견숍에서 분양 받았다. 그 중 두 번째 강아지는 우리집에 온 지 이틀 만에 심하게 기침을 하더니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강아지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렴까지 심각한 상태라고 했다. 동물병원에서는 치료를 한다고 해도 살 수 있는 확률이 30% 정도라고 했다.

사유리의 반려견 모모코(왼쪽)와 어릴 적 오리코. 사유리 제공
사유리의 반려견 모모코(왼쪽)와 어릴 적 오리코. 사유리 제공

수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강아지를 분양해 준 애견숍에 전화를 했더니 나에게 새로운 강아지로 바꿔주겠다고 했다. 고장 난 컴퓨터나 게임기처럼 바꿔주겠다는 듯한 말에 화가 났지만 또 한편으로 이제 이 강아지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고나니 그 전보다 책임감이 강하게 생겼다. 한달 가까이 입원한 끝에 건강한 모습으로 강아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내 선택이 옳았다는 걸 알게 돼 기뻤다.

동물 보호법이 생겼지만 한국도 일본도 반려견은 법적으로 누군가의 소유물 취급을 받는다.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무도 그렇게 표현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다.

애견숍에서 털을 다듬던 치와와가 애견미용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테이블에서 떨어져 사망한 것이다. 강아지 주인은 가게의 실수로 강아지를 잃게 돼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애견숍에 340만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 뉴스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강아지 한 마리일 뿐인데 너무한 거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나는 그 주인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아마 그 주인은 돈은 떠나 사랑하는 자신의 강아지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과 동물의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아직 재판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강아지 분양 가격과 키운 햇수를 계산해 배상액이 정해진다고 한다.

반려견 주인에게 강아지는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반려견이 죽고 난 뒤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이 증명하고 있다. 나도 가끔 내가 강아지들을 돌보는 건지, 강아지들이 날 책임감 있는 인간으로 키워주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키우는 동물이 자신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 동물이 필요 없어질 경우 쉽게 버려도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요새 방송에서 귀여운 동물이 많이 나오면서 동물 키우는 것이 유행되고 있다. 그 결과 잠깐 키웠다 쉽게 버리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케이블방송 인간탐구 스토리 와일드썰에 출연 중인 사유리. 사유리 제공
케이블방송 인간탐구 스토리 와일드썰에 출연 중인 사유리. 사유리 제공

내가 요즘 출연하는 인간탐구 스토리 와일드썰에 함께 나오는 수의사가 반려견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동물을 버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키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동물을 버립니다.” 이어 “동물은 자기가 주인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자기를 선택해준 사람에게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최선을 다합니다, 우리도 그 정도의 배려심을 가집시다”라고 제안했다.

유럽 몇 나라에서는 가게에서 동물을 파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독일은 강아지 세금도 있다고 한다. 쉽게 강아지 입양을 결정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동물이 작고 귀여운 새끼일 때는 누구나 동물을 갖고 싶어 하지만, 그 동물이 나이 들고 병 들어도 변함없는 사랑을 줄 수 있느냐에 따라 진심으로 동물을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방송인 사유리가 반려견 모모코(왼쪽)와 오리코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유리 제공
방송인 사유리가 반려견 모모코(왼쪽)와 오리코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유리 제공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동물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꾸어 나가면 결국 우리 사회가 더 발전될 거라고 믿는다.

후지타 사유리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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