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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달러 약세

입력
2018.01.26 14:4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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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달러의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한 1971년 이래 달러 가치는 거대한 진자 운동을 하듯 강세와 약세를 오갔다. 처음엔 달러 강세가 유지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산업강국으로서 미국의 위상이 확고했고, 소련과의 냉전 상황에서 아시아 경제를 지원하는 통화정책의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70년대를 지나면서 전자, 자동차 제품 등을 앞세운 일본 등의 수출 공세로 미국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러자 미국은 달러 정책 전환을 모색한다.

▦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때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에 직면했고, 미국의 산업경쟁력은 끝없이 추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1985년 9월 23일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이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당시 달러당 259엔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을 점진적으로 낮춰 달러 약세를 도모한다는 합의를 봤다. 1971 이래 약 14년간의 달러 강세가 약세로 전환되는 분수령이었다. 이후 약 10년간 달러 약세가 진행돼 1995년엔 엔화 가치가 달러당 79엔대까지 치솟게 된다.

▦ 약 10년간 이어진 달러 약세가 다시 한 번 강세로 전환된 건 엔화 가치가 절정에 달했던 1995년 바로 그해였다. 월스트리트의 골드만삭스 회장을 역임한 금융가인 로버트 루빈 당시 재무장관은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가 개선되지 않자, 무역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를 통해 보전하기 위해 해외자금을 미국 금융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강(强)달러 정책을 추진한다. 달러 강세를 위해 엔화 약세를 유도한다는 이른바 ‘역플라자합의’가 나온 것도 그때다.

▦ 달러 진자운동은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줬다. 달러 강세는 보통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촉진하는 효과를 냈다. 달러 약세는 글로벌 유동성을 ‘중심’에서 ‘주변’으로 대거 이동시켜 1980~90년대 아시아 신흥시장 번영의 원동력이 됐다. 1990년대 극적인 달러 강세 전환은 거꾸로 ‘주변’에 있던 글로벌 자금의 급격한 이탈을 통해 아시아 외환위기를 부르기도 했다. 최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달러 약세 지지발언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대고 있다. 힘겨운 우리 경제에 달러 돌풍까지 몰아칠까 걱정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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