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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징비록’의 교훈과 을지연습

입력
2016.08.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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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이었던 서애 류성룡 선생은 왜란이 끝난 뒤 참혹했던 전쟁을 회고하고 여러 실책들을 반성하면서 후세가 앞날을 대비하는 데 교훈으로 삼고자 징비록(懲毖錄)을 저술하였다. 징비록의 ‘징비’란 시경(詩經)의 소비편(小毖篇)에 나오는 구절로 “전에 있던 잘못과 비리를 경계하여 삼간다”는 뜻이다. 이는 ‘평화로울 때 국방을 소홀히 하고 적 앞에서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교훈을 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400여 년 전 류성룡 선생이 후손들에게 남긴 징비록의 교훈을 실천하지 못했다. 그래서 멀리는 병자호란, 가깝게는 구한말의 국권상실과 6ㆍ25전쟁의 참화를 겪었다.

국가비상대비 훈련인 을지연습은 올해로 49회째를 맞이한다. 1968년 1월 21일 북한의 청와대 습격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비상대비태세를 반성하고 범정부적인 비상대비태세를 완비하기 위해 매년 실시해 오고 있다. 북한의 안보위협에 대응해 매년 그 방법과 내용이 계속 진화했으며 현재는 민간과 정부 그리고 군이 함께 전시상황에 대비하는 가장 대표적인 훈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을지연습은 안보위협에 대비해 징비록의 교훈을 가장 잘 실천하는 훈련이라 할 수 있다.

올해의 을지연습은 8월 22일부터 25일까지 3박4일간 실시한다. 모든 행정기관과 민간 동원업체 등 4,000여개 기관에서 48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다양한 안보위협을 고려해, 주민대피 훈련과 국가 중요시설 방호, 테러대비 훈련을 비롯한 유사시 대응요원 동원과 상황대처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해마다 반복 실시하는 을지연습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훈련과 연습은 유사시 본능적 또는 조건반사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체득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01년 9ㆍ11 테러 때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모건스탠리 직원 2,687명 전원이 생존했다고 한다. 이는 평소 3개월에 한 번씩 매뉴얼대로 반복 훈련을 한 결과일 것이다.

전쟁과 같은 위협에 대비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우수한 무기체계나 대비계획을 가지고 있어도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과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을지연습을 매년 반복 실시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1년 중 3박4일이라는 을지연습 기간은 국가안보를 위해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따라서 을지연습에 참여한 요원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재확인하고 대비 절차를 숙달할 수 있도록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연습에 임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도 을지연습 기간 중 민방공대피훈련을 통해 주변의 대피소 위치를 한 번 더 확인하고 비상시 행동요령을 숙달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가정과 직장에서는 비상시를 대비한 식량 및 구급약품과 같은 물자가 갖추어져 있는지, 가족과 직장동료의 안전을 위한 대비가 잘 되어 있는지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쟁의 참화를 겪은 뒤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후세에 징비록을 남긴 서애 류성룡 선생의 교훈을 되새기며, 이번 을지연습을 통해 우리의 안보태세를 더욱 확고히 하는 데 모든 국민이 동참해줄 것을 기대한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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