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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식도 역류염 15%는 오진… 엉뚱한 치료”

입력
2017.06.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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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내시경 선구자’ 조주영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터뷰

조주영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해 치료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분당차병원 제공
조주영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해 치료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분당차병원 제공

“위식도 역류질환은 아주 흔한 병이지만 역류성 식도염 진단이 남발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조기 위암 등 소화기암을 내시경으로 치료하는 분야에서 국내 최고 명의(名醫)인 조주영(56)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이 주위에서 너무 흔히 보게 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 교수는 “위식도 역류질환을 제대로 정확히 진단하면 장기간 약을 먹는 환자도 줄고 불필요한 의료재정 지출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흔히 ‘속앓이’로 불리는 위식도 역류질환은 서구화된 식생활,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으로 매년 증가하면서 현재 국내 환자가 280만명에 달한다. 위산을 억제하는 약물로 치료되지만 재발이 흔해 거의 평생 약을 달고 살며 약물치료에도 반응하지 않아 드물지만 외과적 수술로 치료하기도 한다.

조 교수는 2006년부터 10년째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와 함께 식도암 위암 식도무이완증(아칼라지아) 등 소화기질환의 내시경 시술 장면을 교육비디오로 만들어 전세계 소화기내과 의사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인도 미국 베트남 터키 등 세계 각지의 의료진이 조 교수에게 내시경 술기를 배우러 분당차병원 소화기센터를 찾을 정도로 소화기내시경 분야에 독보적인 존재다.

“위식도 역류질환 오진 15%나 돼”

위식도 역류질환의 대표격인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이 명치 부위에 있는 식도로 역류하는 질환이다. 식도와 위 사이의 차단막 역할을 하는 근육이 퇴화되고, 세포 자생력이 약해져 발병한다. 속쓰림, 트림, 소화불량, 만성 기침, 목 이물감, 가슴 통증 등 증상도 다양하고 만성 식도염이 되면 식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10% 정도가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대부분 위산억제제를 먹으면 증상이 조절된다. 하지만 자주 재발하고 약을 먹어도 증상이 없어지지 않기도 한다. 따라서 조 교수는 “약물치료를 3개월 이상 해도 효과가 50% 미만이거나 다양한 약물에도 호전되지 않거나(환자의 10~20%가 해당된다), 내시경검사에서 심한 역류성 식도염이나 암이 의심되면 전문의에게 내시경 시술이나 외과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위식도 역류질환 진단에 오진이 많다는 점이다. 조 교수는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우리 연구팀의 연구에서 상당수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가 잘못된 진단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조 교수팀은 2015년 3월~2017년 1월 난치성 위식도 역류질환으로 의뢰돼 정밀 검사를 시행한 환자 424명을 분석한 결과, 15.8%(67명)의 환자가 식도위접합부 유출장애였다.

식도위접합부 유출장애는 음식이 식도에서 위로 넘어가는 길목인 식도위접합부가 잘 열리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열리는 질환이다. 식도위접합부가 느슨해지는 위식도 역류질환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병이 생기는 원리와 치료법이 완전히 다르다. 식도위접합부 유출장애를 진단하려면 고(高)해상도 식도내압검사를 해야 한다. 조 교수는 “약물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속쓰림, 목 이물감 등으로 고통을 받는 환자는 잘못된 치료를 장기간 하는 일을 피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주영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역류성 식도염 환자에게 입 안으로 내시경을 넣어 느슨해진 식도 하부 점막 일부를 잘라내는 항역류 내시경 시술을 하고 있다. 분당차병원 제공
조주영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역류성 식도염 환자에게 입 안으로 내시경을 넣어 느슨해진 식도 하부 점막 일부를 잘라내는 항역류 내시경 시술을 하고 있다. 분당차병원 제공

“외과수술 않고 내시경시술로 치료”

심한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 억제제로도 치료할 수 없다. 전에는 외과 수술로 치료했다. 조 교수는 두 가지 내시경시술로 치료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약물 치료로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역류성 식도염 환자의 복부를 자르지 않고 시행하는 수면 내시경 시술인 ‘항(抗)역류 내시경 시술(ARES)’을 개발했다. 수면 내시경을 이용해 느슨해진 식도 하부 점막 일부를 잘라내는 방식이다. 국내 최초로 ‘엔도플립’을 도입해 수술 전후 식도 하부의 압력을 실시간 측정해 수술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조 교수는 “시술 후 치유 과정에서 절제된 점막이 점차 오므라들면서 느슨했던 위식도의 접합부를 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 교수는 전기 에너지를 이용한 내시경 시술법인 ‘스트레타(Stretta) 시술’도 병행하고 있다. 스트레타 시술은 내시경을 입 속으로 넣어 낮은 주파수의 전기 에너지를 공급해 해당 근육과 세포를 강화해 역류성 식도염의 다양한 증상을 호전시킨다. 조 교수는 “절개나 이식수술이 필요 없는 치료법이라 외과 수술과 달리 목에 흉터가 남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며 “고령 환자도 안심하고 시술할 수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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