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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경계령에 우는 칸... 한국영화는 순풍

입력
2017.05.2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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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칸국제영화제는 테러 방지를 위해 보안요원들에 의해 소지품 검사와 금속탐지기로 보안 검색했지만(왼쪽 사진), 올해 칸영화제는 소지품 검사와 금속탐지기 검색 뒤 문형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칸=강은영 기자
지난해 칸국제영화제는 테러 방지를 위해 보안요원들에 의해 소지품 검사와 금속탐지기로 보안 검색했지만(왼쪽 사진), 올해 칸영화제는 소지품 검사와 금속탐지기 검색 뒤 문형 보안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칸=강은영 기자

“가방 안쪽 지퍼도 열어주세요.”

22일 자정(현지시간)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악녀’를 보기 위해 뤼미에르극장으로 진입하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지난해에는 없던 문형 보안검색대가 설치돼 관객들이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데만도 한 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공항에서 받는 검색보다 더 깐깐했다. 보안요원들은 금속탐지기로 몸 수색을 한 이후 가방 안을 샅샅이 살폈다. 여성들의 핸드백 속에 달린 자그마한 지퍼까지 열게 했고, 손전등을 비춰 안에 든 물건을 확인했다. 3중으로 강화된 보안검색은 테러 방지를 위한 칸영화제의 고육책이다. 세계 최고의 영화 축제로 꼽히는 칸영화제에도 테러의 공포는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프레스 배지(기자출입증)을 받기 위해 건물을 들어갈 때 받는 보안검색은 지난해(왼쪽 사진)보다 더욱 강화됐다. 칸=강은영기자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프레스 배지(기자출입증)을 받기 위해 건물을 들어갈 때 받는 보안검색은 지난해(왼쪽 사진)보다 더욱 강화됐다. 칸=강은영기자

테러 보안 강화로 취재진 영화팬 몸살

지난해 파리와 니스에서 발생한 테러에 이어 영화제 개막 직전인 지난달 파리 샹젤리제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낸 총격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테러방지책에 취재진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원활한 영화제 취재를 위해 각국 기자들에게 발급하는 프레스 배지를 받기 위해서도 보안검색대 통과와 몸 수색, 소지품 검사를 거쳐야 했다.

영화제의 중심 건물인 팔레 드 페스티벌 주변에는 완전 무장한 군인과 총기를 소지한 경찰이 사람과 자동차의 이동을 통제했다. 예년 같으면 축제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교통경찰이나 보안요원이 담당했던 일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칸영화제를 앞두고 모의 대테러 훈련까지 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영화제 폐막 얼마 뒤인 7월 칸 인근 도시 니스에서 대형트럭에 의한 테러가 발생했다. 행사장 근처의 해변이나 명품숍이 즐비한 쇼핑거리에서도 경찰들이 수시로 검문을 하며 테러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중국의 한 기자는 “프레스 센터에 들어가는데 두 세 번의 보안검색을 통과해야 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축제 분위기를 돋워야 할 여러 행사 관계자나 영화인들도 테러의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경쟁부문에 오른 영화 ‘원더스트럭’(감독 토드 헤인스), ‘더 킬링 오브 어 세이크리드 디어’(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굿 타임’(감독 벤 사프디, 조슈아 사프디) 등의 감독과 배우인터뷰를 전담하는 한 프랑스 홍보대행사는 출입자 명단을 만들어 행사장을 통제하기도 했다. 이 대행사는 “건물 방문 시 이름과 날짜, 방문 목적을 미리 메일로 보내달라”고 기자들에게 통지했다.

경계가 삼엄하니 축제 분위기는 예년만 못하다. 영화제 측은 레드카펫을 밟는 영화인들을 사진 촬영하기 위해 영화팬들이 뤼미에르극장 앞 차로 쪽에 설치한 사다리들도 철거했다. 칸영화제의 명물처럼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사다리도 테러 위협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던 셈이다.

제70회 칸영화제 기간 중 열리는 필름마켓에서 영화 '악녀'의 해외판매하고 있는 콘텐츠판다의 부스. 칸=강은영 기자
제70회 칸영화제 기간 중 열리는 필름마켓에서 영화 '악녀'의 해외판매하고 있는 콘텐츠판다의 부스. 칸=강은영 기자

한국영화에 부는 중국 ‘사드 해빙 바람’

칸영화제는 테러 공포에 몸서리치지만 한국영화들은 중국발 훈풍을 즐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로 비롯된 중국 정부의 ‘한한령’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징후가 칸에서도 감지된다. 지난해 영화 ‘부산행’에 이어 올해 ‘악녀’ 등의 해외판매를 맡고 있는 콘텐츠판다의 이정하 팀장은 “사드 이후 중국에 한국영화를 팔 때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한한령’이 잠잠해지는 마당에 영화를 굳이 싸게 팔 이유가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22일 오전 ‘악녀’의 공식 상영을 앞두고 콘텐츠 판다 부스에는 중국 바이어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이들은 ‘악녀’와 호러물 ‘장산범’ 등에 관심을 보이며 상담을 나누거나 관련 책자를 챙겨갔다. 특히 지난해 ‘부산행’처럼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악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부산행’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등에 업고 150여개 국에 판매된 기억이 아직 강하게 남아 있어서다. 콘텐츠판다는 “’악녀’는 110개국, ‘장산범’은 100여개국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칸=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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