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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는 정말 한국행 ‘빅 픽처’를 꿈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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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는 정말 한국행 ‘빅 픽처’를 꿈꿨나

입력
2017.09.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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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최근 2년간 커리어 보고 가자… JPG”

지난 14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의 제목이다. 거스 히딩크(71) 감독이 최근 2년간 감독 제안을 거절했다는 유수의 국가대표팀, 클럽 이름과 함께 이 모든 게 한국 복귀를 위한 '빅 픽처(밑그림)'였음을 암시하는 글이었다. “히딩크는 반드시 한국으로 복귀한다”는 이른바 '히딩크 복귀' 떡밥의 절정을 찍는 내용이었다.

디시인사이드 캡처
디시인사이드 캡처

히딩크는 2016년 영국 첼시 FC 감독을 끝으로 1년 넘게 야인으로 지내고 있다. 히딩크는 약팀을 강팀으로 끌어올리는 데 일가견 있는 명장이다. 별명도 ‘매직(Magic)’이다. 많은 축구팀이 쉬고 있는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끊임 없이 감독 자리를 제안했다. 가장 최근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에서다. 고민 끝에 히딩크는 사양했다. 당시 감독 대행이 팀을 잘 이끌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게시물에서 히딩크가 퇴짜 놨다는 팀들은 대부분 유명한 팀이다. 영국 대표팀은 축구 종주국이고, 호주 대표팀은 아시아에 떠오르는 신흥 강호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이들과의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고, 히딩크는 프리랜서로 남았다. 히딩크의 이름값을 고려할 땐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자 일각에선 이런 추측까지 나왔다. 히딩크가 ‘한국 복귀’를 염두해 감독직 제안을 물리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팩트는 명확하다. 게시물에 언급된 팀은 모두 히딩크가 첼시 퇴임 후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팀이 맞다. 하지만 모두 결렬됐다. 일각의 주장처럼 한국행을 염두한 히딩크의 전략적 행보였을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히딩크는 영국, 벨기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자신이 하마평에 오르자 “(제안이 온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며 특히 영국팀에 대해서는 “감독이 되길 희망한다”는 말까지 했다.

거스 히딩크 전 2002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낮 암스테르담 한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스 히딩크 전 2002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낮 암스테르담 한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고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쩌면 문제의 본질은 히딩크의 ‘빅 픽처’가 아닐지 모른다. 왜 ‘히딩크 복귀’ 떡밥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쉽게 식지 않을까. 심지어 그가 적극적으로 딴 마음 먹고 있었을 때까지 말이다. 히딩크 본인 탓이 크다. 한국 복귀 가능성을 활짝 열고 떠났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한국을 월드컵 4강에 올리고 네덜란드로 돌아가던 2002년 7월 “’안녕’이란 말보다는 ‘잠시 이별’이라 말하고 싶다”며 “언젠가 돌아오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히딩크의 4강 신화를 똑똑히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지나가는 소리가 아니었다. 언젠가 반드시 지켜야 할, 혹은 지켜질 약속이었다.

최근 축구계에 불어 닥친 히딩크 복귀설은 그간 한국 축구에 ‘위기론’이 불거질 때마다 으레 딸려 나온 히딩크 복귀설과는 결이 다르다. 다만 그 배경은 예나 지금이나 명확하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김환 JTBC 축구 해설위원은 “히딩크 복귀 의사를 (대중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히딩크 재단의 미스 커뮤니케이션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축구협회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지금 혼란의 원인”이라면서 “히딩크 복귀를 떠나 이런 상황이 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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