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히잡 쓰고 농구하면 위험?’ FIBA 결국 히잡 허용

알림

‘히잡 쓰고 농구하면 위험?’ FIBA 결국 히잡 허용

입력
2017.05.04 17:14
0 0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예선에서 카타르 선수들이 ‘히잡 불허’ 때문에 출전을 포기하고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중계화면 캡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예선에서 카타르 선수들이 ‘히잡 불허’ 때문에 출전을 포기하고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중계화면 캡처

2014년 9월 24일 인천아시안게임 여자농구 A조 예선 경기를 앞두고 코트에서 몸을 풀던 카타르 선수들은 경기 시작 직전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히잡을 쓰고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카타르 선수들은 머리에 흰색 히잡을 쓰고 종아리와 팔을 모두 가리고 있었다. 카타르는 이에 반발해 경기 포기를 선언했고 결국 0-20 몰수패를 당했다. 카타르는 “누구나 종교적 신념과 관계없이 농구를 즐길 권리가 있다”며 잔여경기를 기권했다.

앞으로는 카타르 여자 농구선수들도 히잡을 쓴 채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영국 가디언은 4일(이하 한국시간) 국제농구연맹(FIBA)이 국제경기에서의 히잡 착용을 허용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온라인에서는 무슬림 여성들의 오랜 투쟁에 대한 승리를 축하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현행 FIBA의 규칙 4-4-2 ‘헤드기어’와 관련된 부분에 따르면 선수들은 헤드기어와 악세사리 등 어떤 것도 머리에 두르고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신체접촉이 빈번한 농구 경기의 특성상 부상의 위험성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슬람 여성들의 머리와 목 부분을 가리는 전통복장인 히잡 또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곧 종교의 자유문제로 비화됐다. FIBA가 히잡 착용을 금지해 무슬림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축구나 핸드볼 심지어 격투기 경기에서도 무슬림들이 히잡을 쓰고 경기를 하는 데 반해 유독 농구만 히잡을 불허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 사이 농구경기에서 히잡 착용을 허용하라는 청원서에 전세계 13만 명이 넘게 서명했고 소셜미디어에도 ‘FIBA는 히잡을 허용하라(#FIVAAllowHijab)’는 해시태그 운동이 전개됐다.

국제농구연맹의의 히잡 허용 결정을 축하하는 트위터 글들. 트위터 캡처
국제농구연맹의의 히잡 허용 결정을 축하하는 트위터 글들. 트위터 캡처

카타르의 인천아시안게임 기권사태 이후 FIBA는 본격적으로 규칙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 연맹 관계자들은 지난달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여자 농구경기를 참관하기도 했다. 히잡의 실제 적용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FIBA는 4일 전체 회의를 열고 농구경기에서의 히잡 착용 허용을 결정했다.

선수들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히잡 허용 운동을 주도한 미국계 무슬림 농구선수 빌키스 아브둘 카아디르(26)는 “감동적인 결정이다. 나는 다시 코트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여자미국프로농구(WNBA) 최고 스타 브리아나 스튜어트(22ㆍ미국)도 “이 조치는 우리가 코트에 있을 때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줄 것”이라며 FIBA의 결정을 축하했다.

FIBA는 부상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과 유니폼과의 통일성을 고려한 뒤 이번 주말 히잡 허용 결정을 공식 발표한다. 발표된 규칙은 오는 10월부터 적용돼, 내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는 코트에서 히잡을 쓴 무슬림 선수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오수정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