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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 적절한 사회생활을 위해 분노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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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 적절한 사회생활을 위해 분노조절이 필요하다

입력
2018.05.21 21: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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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대한항공 직원들이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회의 중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팀장에게 물컵을 던지거나, 비행기 안에서 땅콩을 매뉴얼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이륙 중인 비행기를 회항시키기도 했다.

공사장에서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욕설을 퍼부으면서 서류를 바닥에 집어 던지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분노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심심찮게 뉴스에 나오는 운전 중 자신을 앞질러 갔다고 앞서 가던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층간 소음 분쟁으로 살인한 사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분노는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이를 바로 잡으려는 적대적 행동이나 감정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분노는 생존에 필수적 요소다. 생존과 번식에 방해되는 요소가 있으면 생명체는 분노를 통해 자신을 더욱 효율적으로 유지한다. 집단 생활하는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은 분노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집단 질서를 유지하기도 한다.

분노조절과 관련해 뇌과학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것이 피니어스 게이지 사건이다. 19세기 중반 미국 철도노동자였던 그는 공사 중 폭발로 철 막대기가 왼쪽 광대뼈 밑에서 오른쪽 머리부분이 관통됐다. 하지만 그는 의식도 잃지 않고 살아 남아 당시 많은 의사들이 놀라워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성격은 변해갔다. 유쾌하던 그는 점점 변덕이 심해지는 등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성격도 무례하기 짝이 없게 됐다. 때론 심한 분노를 폭발하기도 하였다. ‘데카르트의 오류’라는 베스트셀러 저자인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는 게이지의 이런 성격 변화가 전두엽 손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시까지 별 기능이 없다고 알려진 전두엽이 인간이 사회적 상황을 적절히 판단ㆍ예측하고, 인간다운 행동을 하는데 중요한 부위였던 것이다. 이후 많은 연구결과,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분노조절을 관장하는 뇌 부위는 전두엽 가운데 안와전두엽과 복내측전전두피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분노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분노가 생기면 이를 어떻게 적절히 조절할 수 있을까? 우선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 화가 나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으면 우선 그 자리를 피해 긴장감과 감정을 해소하고 시간을 갖고 객관적으로 되돌아 보면 된다.

또한 평소 운동으로 분노조절이 가능하다. 운동은 에너지를 신체로 발산하므로 공격성이 밖으로 표출돼 분노를 가라앉힌다. 적당한 운동은 몸의 균형을 이루고 행복감을 가져다 주고 심신의 안정감을 가져와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고 긍정적인 감정을 늘린다.

직접적으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자신의 반응을 실제 훈련을 통해 바꾸어 보자. 화내거나 폭력적 행동을 하면 당시에는 분노를 외부로 발산할 수 있지만, 되돌리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평소 조그마한 자극에도 분노를 쉽게 느끼거나 자주 표출한다면 분노를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게 좋다. 심호흡을 하거나 명상ㆍ요가 등으로 긴장된 심신을 안정시키는 게 필요하다. 이러면 쉽게 분노를 느끼거나 조그마한 자극에 예민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분노를 해결하려면 원인 파악이 중요하다. 하지만 밑바탕의 비합리적 신념이나 인지체계, 그리고 본인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요인이 있다면 공통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분노와 관련된 감정을 적어보고 분노의 대상과 정도 등을 정리해보자. 이런 과정에서 일상ㆍ직업ㆍ대인관계적 측면에 문제가 심각하다면 스스로 방법을 찾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도 청해보자.

분노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과도한 분노나 조절되지 않는 분노 표현은 인간관계는 물론 사회시스템을 파괴하기도 한다. 적절한 분노 조절이야말로 현대사회를 살아 가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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