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은경 기자

등록 : 2016.10.04 16:57
수정 : 2016.10.04 17:07

[고은경의 반려배려] 유기견 구조했는데 법 위반이라고?

등록 : 2016.10.04 16:57
수정 : 2016.10.04 17:07

2007년 길거리를 배회하다 구조해 새 가족을 찾은 뚱이.

9년 전 반려견 꿀꿀이와 산책을 하던 중 시츄 한 마리가 집까지 쫓아온 일이 있었다. 하루밤을 재우고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는데 수의사는 유기견이 집 나온 지는 한 달쯤 된 것 같고 아픈 곳은 없다고 했다.

나이는 한 살가량으로 추정되며 목욕을 시키고 털을 깎아 주니 ‘한 미모’하는 시추였다. 사진을 찍어 주인을 찾는다는 전단을 붙이고 포털사이트의 동물카페에 글을 올렸지만 주인을 찾을 순 없었다. 결국 서울의 어떤 가정에 강아지를 보냈고 강아지는 ‘뚱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처음에는 뚱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러 입양자에게 연락했고, 이후 4, 5년간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그 당시 좋은 집을 찾아주었다는 뿌듯함이 컸다.

하지만 이런 나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지역자치단체에 신고하고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주인을 찾는 공고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기 전이고 APMS도 지금처럼 체계를 갖추지 않았던 시절인 점을 위안으로 삼더라도 뚱이 전 주인은 잃어버린 개를 애타게 찾고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도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를 방문하면 유기견을 발견해 새 입양처를 구한다는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유기견을 도와주고 싶다는 선의를 가지고 한 일인데 왜 문제가 될까. 동물보호법에 정통한 서국화 변호사는 지자체에 신고해 주인을 찾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유기견을 입양 보내면 자신도 모르게 법을 위반하거나 주인을 찾을 기회를 박탈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조 이후 중성화 수술을 마치고 새 가족을 찾기 전 동물병원에 있던 뚱이.

먼저 공공장소에서 소유자 없이 배회하거나 종이상자에 담겨 버려진 동물(유실ㆍ유기동물)임을 알면서 알선ㆍ구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동물보호법 제8조 3항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이 조항은 유기동물로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선의로 한 행동일지라도 유기동물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것 자체가 알선에 해당한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새 가족을 찾아준 것은 유실물(유기견)을 습득한 뒤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본인이 습득할 의사로 횡령했다는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할 수 있다.

새 가족을 찾아준 이후 유기견의 원래 주인이 나타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실제 동물보호단체에는 위처럼 유기견을 구조하고 보호하다 새 가족을 찾아주었는데 원래 주인이 나타났고 입양한 가족은 정이 들었다며 개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연락이 심심치 않게 온다고 한다.

문제는 구조자가 만일 유기동물임을 밝히지 않고 입양을 보냈다면 원래 주인이 강아지를 돌려받을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점이다. 입양자가 실제 소유자를 모른 채 강아지를 취득했을 때 소유권을 보유해주는 선의취득이라는 게 인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구조자가 유기견을 보호하다가 자신이 계속 데리고 있을 상황이 되지 않아 임시보호처를 구했다면 이는 동물보호법이나 점유이탈물 횡령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또 원래 주인이 나중에 강아지를 발견했을 때도 임시보호자로부터 소유권 문제없이 데려갈 수 있다는 게 서 변호사의 설명이다.

유기견을 구조하는 게 현행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을 구구절절 설명한 것은 구조자에게 피해가 올 수 있으니 유기견을 구조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선의로 행하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소유권 침해에까지 이르면 안 되기 때문이며, 유기견에게는 무엇보다 원래 가족을 찾아주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글·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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