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영식
주필

등록 : 2017.02.09 18:23
수정 : 2017.02.09 18:24

[황영식의 세상만사] NFL과 ‘한국형 시장경제’

등록 : 2017.02.09 18:23
수정 : 2017.02.09 18:24

미국적 경기에 비미국적 발상을 접목

수익공유와 연봉상한 두 기둥 탄탄해

경쟁과 공정분배 얼마든지 공존 가능

51회 슈퍼볼이 7일자 아침 신문을 달구었듯, 미식축구는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서 각인됐다.

미국풋볼연맹(NFL)의 연간 수익은 지난해 7월 기준으로 130억달러로 미국 프로야구(MLB, 95억달러)와 프로농구(NBA, 48억달러)는 물론이고, 축구 리그 정상인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53억달러)까지 크게 따돌렸다.

흔히 미식축구의 성공을 두고 경기 자체의 ‘미국적 요소’를 거론한다. 개인적으로도 영화 ‘파 앤 어웨이’를 보다가 미식축구 경기를 떠올린 경험이 있다. 총성과 함께 말을 달려 마음에 드는 땅에 먼저 깃발을 꽂기만 하면 소유권을 획득하는 장면은 재빨리 달려 공을 땅에 찍는 터치다운을 연상시켰다.

미식축구에 개척정신이나 ‘땅 따먹기’ 의식이 담겼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원형인 럭비가 금지한 전방패스를 오히려 으뜸기술로 치고, 4회 공격에 10야드 이상 전진해야만 공격권을 유지한다. 거창한 보호장구도 미국적이다. 선수를 보호하는 한편, 격렬한 몸싸움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 공격성을 부추긴다.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총기 허용과 판박이다. 그러나 공격성과 격렬한 몸싸움은 아이스하키가 미식축구보다 더하다. 그러니 미식축구의 인기를 ‘미국적’특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더욱이 미식축구의 인기몰이 역사도 실은 그리 길지 않다. NFL의 역사는 1920년 미국프로풋볼협회(APFA)로 발족했다가 2년 뒤 NFL로 개명하면서 시작됐다. 1966년 미국풋볼연맹(AFL)과 합병, 66시즌 말(67년 2월) 첫 슈퍼볼 대회를 열었다. 당시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한동안 미식축구는 미국의 수많은 프로 스포츠 가운데 아무것도 아니거나 그저 그런 것이었다. NFL이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로 부상한 것은 89년 퇴임할 때까지 29년 동안 사무총장(커미셔너)으로 일한 피트 로젤을 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가 취임한 1960년 NFL은 12개 팀에 구단 평균가치 100만달러였으나 퇴임한 89년에는 28개 팀에 구단 평균가치 1억달러에 달했다. 현재는 32개 팀에 구단 평균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다.

이런 폭발적 인기상승은 그가 도입한 수익공유제에 힘입은바 크다. 최대 수익원인 중계료는 물론이고 광고료와 각종 로고상품 판매 수익 등을 모두 연맹이 가져가 32개 구단에 균등 배분한다. 개별 구단의 입장권 판매 수익 40%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배분금이 구단 예산의 60~70%에 이른다. 후임 폴 타글리아부 사무총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익 상위 구단이 기금을 출연, 하위 팀들이 쓸 수 있게 했다.

53년에 도입된 역(逆) 드래프트, 즉 꼴찌 팀에 신인 1순위 지명권을 주는 제도도 약자 지원책이다. 또 94년에 도입된 강력한 팀별 총연봉 상한제(샐러리 캡)는 스타 선수의 불만을 샀을 망정 미식축구 발전에 기여했다. 선수 연봉을 낮추어 구단 수익을 늘릴 수 없도록 일정 기간에 연봉상한의 평균 95%를 쓰도록 한 연봉 하한제까지 두었다.

수익공유제와 연봉상한제에 따라 미식축구에는 만년 강자, 약자를 상정하기 어렵다. 경기력이 구단의 재력에 의해 좌우되는 다른 프로 스포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엇비슷한 수준이다. 그에 따른 우연과 불확정성은 끊임없이 대중의 흥미를 자극했다. 3만(LA 차저스)~9만3,600명(LA 램스) 규모인 경기장이 어디랄 것 없이 꽉차고, 아이가 태어나 바로 예비등록을 해도 40년은 돼야 구단 정회원이 될 수 있다는, 미식축구의 인기가 우연하지 않다.

가장 미국적인 미식축구에 공산주의에 가까운 수익공유ㆍ연봉상한제를 접목시킨 NFL의 성공은 시장경쟁과 공정분배를 조화시키려는 ‘한국형 시장경제’ 모색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 동반성장이든, 이익공유든, 기본소득 보장이든 좋다. 심각한 양극화를 해소해 국가의 존재 의미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그만이다. 대선 주자들이 인기영합적 복지ㆍ재벌 손보기 공약 대신 경제 전체의 운영체제(OS) 변화 청사진을 펼쳐 보이길 기대한다.

주필 ysh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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