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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심사평 | 서사에 대한 상상력, 단단하고 아름다운 문장

입력
2017.01.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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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실 작가와 김지은 평론가가 2017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응모작을 살펴보고 있다.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유은실 작가와 김지은 평론가가 2017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응모작을 살펴보고 있다.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동화작가는 어린이 앞의 어둠을 보여주면서도 어린이가 앞으로 품고 나아갈 빛나는 잠재력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요즘처럼 답답한 소식이 이어질 때는 작가들이 ‘어린이라면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을 조금 더 찾아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신춘문예에 투고된 작품은 161편이다. 본심에는 ‘꼬마 선생님이 왔다’, ‘할 말이 있어’, ‘두근두근 두드러기’, ‘가정방문’ 등 총 네 편이 올랐다. ‘꼬마 선생님이 왔다’는 자신도 어린이이면서 또래 학생을 이기려고 하는 꼬마 선생님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만 장미반 아이들이 선생님만큼 형상화되지 않아 아쉬웠다. ‘할 말이 있어’는 아동학대로 죽은 어린이가 화자이다. 그 고통이 차분한 문장에 담겨 끝까지 독자를 아프게 붙드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계부모에 관한 편견이 그대로 들어있는 점이 안타까웠다. 두 편 모두 아까운 수작이었다.

‘두근두근 두드러기’는 서사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어린이가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을 위해 친구와 노력하는 과정이 건강했다. ‘습관적 욕설’이라는 생활 속의 소재를 윤리적 단죄로 가져가지 않고, 언어 그 자체에 대한 어린이의 관심과 더 멋진 말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룬 점이 좋았다.

‘가정방문’은 어린이의 눈높이로 단단히 아름다운 문장을 쌓아 올린 감동적인 작품이다. 시간을 손에 쥐고 만들어내는 밀도에서 내공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알코올 중독 아버지와 사는 주인공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황샘”이 집에 오시기까지 온 정성을 다해 기다린다. 작가는 그 잠깐의 시간을 짚으며 주인공의 몸과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어린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조건을 조망할 수 있게 한다.

‘두근두근 두드러기’와 ‘가정방문’을 두고 논의를 거듭하다가, 두 편 모두 당선작으로 정하였다. 듬직한 시선과 스타일을 지닌 두 작가를 우리 동화가 나란히 환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심사 내내 긴장을 놓지 않게 해주신 응모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 드리며 건필을 기원한다. 그리고 당선작이 포함된 두 작가의 첫 번째 작품집을 기대하며 기다린다.

유은실 동화작가,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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