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고정시켜 근부 확장 차단… 인공판막 대신 환자판막 살려 보존
대동맥 판막구조물과 함께 좌심실에서 나온 혈액이 들어가는 대동맥의 시작 부위가 바로 대동맥 근부다. 대동맥 근부에는 관상동맥의 시작 부위도 있어 이 부위가 늘어나는 확장증이 생겨나게 되면 대동맥 박리 또는 파열이 발생해 급사할 수 있다. 또 대동맥판막 구조물이 확장되면 피가 거꾸로 흐르는 판막 역류 현상이 생기고 심장기능이 저하되면서 심부전이 올 수 있다. 조상호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교수팀은 최근 이처럼 심장 대동맥의 시작 부위가 정상보다 많이 늘어난 ‘대동맥 근부 확장증’으로 돌연사 위험이 큰 환자에게 링 고정술을 동반한 리모델링 수술을 국내 처음 성공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 교수팀에 따르면 환자는 진단 당시 대동맥 혈관의 크기가 정상치(2∼3㎝)의 2배에 가까운 5.5㎝에 달했다. 심장에서 피가 이동하는 큰 혈관인 대동맥과 판막이 늘어나 혈액이 역류하는 ‘대동맥판막 역류증’도 동반돼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조 교수팀이 선택한 치료법은 링 고정술을 동반한 대동맥 리모델링 수술. 이 수술은 링으로 대동맥 판막 아래 쪽을 고정시켜 대동맥 근부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면서, 대동맥 판막 성형술을 통해 기존 판막을 최대한 보존한다. 인공판막으로 교체 할 경우 남아 있는 근부의 활동성이나 탄력성이 감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동맥 근부 리모델링 수술은 수술 후 출혈 위험성이 크고 판막을 비롯한 근부조직이 다시 늘어날 수 있어 외과 의사들도 어려워하는 수술로 고도의 술기가 필요하다.
조 교수팀에 따르면 환자는 출혈과 특별한 합병증 없이 수술 후 13일 뒤 퇴원했다. 조 교수는 “심장초음파와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도 대동맥판막 역류증, 대동맥 근부 확장증이 완치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대동맥 근부 확장증은 동맥이 파열되지 않는 한 뚜렷한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흉통이나 숨이 차는 등 증상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의식을 잃는 등 생명이 위태롭게 된다.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대동맥류가 파열되면 80%는 급사하고 살아남은 20% 환자의 절반 이상도 병원 도착 전 사망한다”고 경고한다.
조 교수는 “대동맥근 근부 확장증은 말판증후군처럼 유전적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지만 과거 감염성 질환을 앓았거나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변성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술에 성공한 만큼 대동맥 근부 확장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 치료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