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 위해 담뱃값 올린다며 당초 명분과 어긋나" 지적
40여년 전에 사라져 이름마저 생소한 ‘봉초(封草) 담배’를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부활시키는 방안을 기획재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봉초 담배는 잘게 썬 담뱃잎을 종이 봉투에 넣어 파는 형태로 흡연자가 직접 담뱃잎을 종이에 말거나 곰방대에 넣어 피운다. 이번 담뱃값 2,000원 인상으로 극심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정책이라지만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당초 목적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KT&G에 봉초 담배에 대한 생산 재개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으로 큰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저소득층 고령 흡연인구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담배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아직 기획 단계이지만, 확정되면 올 하반기부터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봉초 담배는 1950~70년대 농촌 지방에서 노인들이 주로 피우던 담배다. 필터가 없어 건강에 더 해롭고 맛도 독하지만 일반 담배(궐련)보다 가격이 저렴해 애용됐다. 그러나 70년대 당시 전매청(현 KT&G)이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생산을 멈춰 봉초 담배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기재부가 봉초 담배를 다시 생산하려는 것은 궐련에 비해 생산 단가가 저렴해 더 싼 값에 팔 수 있는 데다 외국의 몇몇 나라들은 여전히 봉초 담배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는 값비싼 궐련 대신 저렴한 봉초 담배를 직접 말아 피우는 흡연자가 드물지 않다.
다만 국내 담배 제조사들은 수익이 나지 않아 봉초 담배 생산을 꺼리는데, 기재부는 KT&G가 면세점 담뱃값을 인상하면서 생기는 추가 수익의 일부를 출연하게 해 봉초 담배 생산비로 쓰게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세금 부과 기준을 일반 담배와 달리 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그러나 저렴한 봉초 담배 출시는 담뱃값 인상의 당초 명분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오유미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건강위해관리팀장은 “사람들이 담배를 끊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담뱃값을 인상했는데, 저렴하고 더 해로운 담배를 다시 파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통계를 보면 고령자라고 해서 금연하기 더 어려운 것은 아니며, 세계보건기구(WHO)도 담배 가격을 제품별로 비슷하게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봉초 담배의 소비자를 저소득층 노인으로만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제기한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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