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스웨덴, 힘·높이 앞세워 ‘한 방’ 노리는 전술 여전

알림

스웨덴, 힘·높이 앞세워 ‘한 방’ 노리는 전술 여전

입력
2018.06.11 04:40
24면
0 0

예테보리 현지 평가전 분위기

4-4-2 포메이션 단순한 패턴

36년 만에 본선 페루와 무승부

팬들 “독일이 1위, 우리가 2위

한국에 2-1로 이길 것 같다”

경기 직접 관람 신태용·차두리

“선수들 평정심 무서운 강점”

일 오후(현지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울레비 스타디움. 스웨덴의 소년, 소녀 팬들이 페루와 평가전에서 앞서 자국 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예테보리(스웨덴)=윤태석 기자
일 오후(현지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울레비 스타디움. 스웨덴의 소년, 소녀 팬들이 페루와 평가전에서 앞서 자국 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 예테보리(스웨덴)=윤태석 기자

“스웨덴은 축구가 아니라 럭비를 한다.”

스웨덴과 페루의 평가전이 열린 9일 오후(현지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울레비 스타디움. 모로코 출신으로 이곳에 오래 살았다는 축구 팬 사이먼(43)씨는 우월한 체격 조건을 밑천 삼아 ‘뻥 축구’만 고집하는 스웨덴 축구를 혹평했다.

스웨덴 팬들도 ‘최강’ 독일, ‘북중미의 맹주’ 멕시코 사이에 낀 자국 팀의 16강 확률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이바르 스칸베르크 씨는 “결코 쉽지 않은 조에 속했다”며 “독일이 1위, 우리가 2위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망이 아닌 희망사항으로 들렸다. 야콥 비스 씨는 “독일을 누르고 스웨덴이 1위를 할 것”이라고 호기롭게 외쳤지만 자신도 그 말을 못 믿는 눈치였다. 한국-스웨덴의 F조 1차전 예상 스코어를 묻자 비스 씨는 골똘하게 생각하다가 “스웨덴이 2-1로 이길 것”이라고 했다. 자기 앞에서 선 기자들이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듯 “한국과 스웨덴이 함께 16강에 가자”고 립 서비스를 했다.

울레비 스타디움 밖에서 스웨덴과 페루를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 예테보리(스웨덴)=윤태석 기자
울레비 스타디움 밖에서 스웨덴과 페루를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 예테보리(스웨덴)=윤태석 기자

울레비 스타디움은 스웨덴 축구의 성지에 해당하지만 페루의 원정 응원단 규모도 상당했다. 인근 국가인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일하는 페루 사람들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은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곳으로 집결했다. 평가전 승패가 크게 중요치 않다는 듯 두 팀을 함께 응원하는 팬들도 많았다.

월드컵 참가가 무산된 슈퍼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7ㆍLA갤럭시)에 대해 팬들은 의외로 냉정했다. 택시기사 모라나스롤 알엠 씨는 “즐라탄은 분명 전설적인 선수”라면서도 “그는 지금 우리 팀에 없다. 그게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비스 씨도 “즐라탄 없는 우리가 팀으로 더 강하다”고 했다. ‘독불장군’ 즐라탄이 인심을 꽤 많이 잃은 듯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 평가전 직전 그라운드 양쪽 끝에서 등장한 스웨덴 국기가 가운데서 합쳐지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예테보리(스웨덴)=윤태석 기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 평가전 직전 그라운드 양쪽 끝에서 등장한 스웨덴 국기가 가운데서 합쳐지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예테보리(스웨덴)=윤태석 기자

스웨덴은 변함없이 4-4-2로 나왔다. 유럽 예선 12경기와 최근 4번의 평가전에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도움왕인 ‘에이스’ 에밀 포르스베리(27ㆍ라이프치히) 역시 늘 그렇듯 왼쪽 날개 지역에서 중앙까지 오가며 공격을 조율했다.

경기는 지루하게 흘렀다. 그러나 잔뜩 웅크리다가 힘과 높이를 앞세워 득점하는 스웨덴의 단순한 패턴에 나가 떨어진 팀이 한 둘이 아니다.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강호들도 ‘희생양’이 됐다. 이날 신태용(49) 대표팀 감독과 함께 직접 경기장을 찾은 차두리(38) 코치는 ‘스웨덴 전문가’다. 그는 과거 셀틱 선수시절 스웨덴의 주전 오른쪽 수비수 미카엘 루스티그(32ㆍ셀틱)와 한솥밥을 먹었다. 대표팀 주장 기성용(29ㆍ스완지시티)도 한 팀이었다. 차 코치는 “광대뼈가 함몰되고 인대가 찢어져도 비명 한 번 안 지르고 들것도 없이 태연하게 걸어 나가는 스웨덴 선수를 여럿 봤다. 스웨덴은 바이킹 노를 젓듯 11명이 포지션 별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한다. 어지간해서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게 무섭다”고 했다. 신 감독도 “스웨덴은 늘 한 방을 조심해야 한다”며 이날 별 다른 세트피스를 시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예상했다는 듯 “안 보여주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페루 파올로 게레로(가운데)의 슈팅에 앞서 스웨덴 루드비히 어거스틴손이 머리로 공을 걷어내고 있다. 예테보리(스웨덴)=AP 연합뉴스
페루 파올로 게레로(가운데)의 슈팅에 앞서 스웨덴 루드비히 어거스틴손이 머리로 공을 걷어내고 있다. 예테보리(스웨덴)=AP 연합뉴스

경기는 득점 없이 끝났다. 스웨덴은 최근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에 그쳤지만 홈 팬들은 야유 대신 박수를 보냈다. 스웨덴 교민은 “스웨덴 사람들은 어지간하면 흥분을 잘 안 한다”고 전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주장 안드레아스 그랑크비스트(33ㆍ크라스노다르)를 비롯해 포르스베리, 빅토르 린데로프(24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주축 선수들은 “한국 팀 영상은 아직 안 봤다. 손흥민(24ㆍ토트넘) 빼고 잘 모른다. 러시아 가서 분석하면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며칠 전 스웨덴 대표팀 훈련장에 다녀왔다는 관계자에 따르면 지미 두르마즈(29ㆍ툴르즈)는 가장 위협적인 한국 선수로 같은 프랑스 리그 소속의 권창훈(24ㆍ디종)을 꼽은 뒤 부상으로 못 온다고 전해주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날 마지막 평가전을 마친 스웨덴은 12일 러시아 베이스캠프인 겔렌지크로 이동해 18일 오후 9시(한국시간)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신태용호와 운명의 첫 경기를 치른다.

예테보리(스웨덴)=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