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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은 ‘갑질’마저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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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은 ‘갑질’마저 전통이다?

입력
2017.07.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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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왼쪽)과 그의 어머니 산드라 베컴이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 로얄박스에 앉아 윔블던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왼쪽)과 그의 어머니 산드라 베컴이 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 로얄박스에 앉아 윔블던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모든 선수들이 하얀색 복장을 입어야 한다’는 드레스코드로도 유명하다. 비단 선수뿐 아니라 일부 관중들도 이같이 엄격한 복장 규정을 적용 받는다. 돈 주고도 들어갈 수 없는 ‘로얄 박스’에서다.

1877년 문을 연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4대 그랜드 슬램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1ㆍ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대회가 열리지 않아 올해 131회를 맞은 윔블던은 1881년에 시작 돼 중단 없이 대회를 이어온 US오픈 보다는 개최 횟수가 적다. 하지만 1891년 개최의 프랑스오픈, 1905년 개최 호주오픈보다 긴 역사를 자랑한다.

윔블던에는 특유의 복장 전통이 있다. 선수들이 흰색 옷만 입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1800년대 테니스가 백인 상류층의 사교 활동으로 여겨지면서 기인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색깔 있는 옷을 입고 땀에 젖어 옷이 몸에 달라붙은 모습이 상류층의 위신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부터 흰색 옷은 테니스의 유니폼과 같은 지위를 누리게 됐다. 또 다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은 1972년 공식적으로 흰색 복장 규정을 폐지했지만, 권위와 전통을 중요시하는 윔블던은 오히려 규정을 강화했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하얀색 복장을 갖춰야 하는 규정으로 유명한 윔블던. 런던=AP연합뉴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하얀색 복장을 갖춰야 하는 규정으로 유명한 윔블던. 런던=AP연합뉴스

2014년 윔블던 조직위원회는 선수들의 속옷도 흰색으로 통일하도록 드레스코드 규정을 강화했다. 때문에 여자 선수들은 스커트 밑에 입는 속바지의 색깔을 경기 시작 전에 대회 관계자로부터 확인을 받는 광경도 벌어졌다.

윔블던 단식 6회 우승의 비너스 윌리엄스(37ㆍ랭킹 11위ㆍ미국)는 이번 대회 1회전 경기 도중 속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경기 도중 분홍색 브래지어 끈이 노출된 것이 문제였다. 2014년 여자단식에서는 나오미 브로디(27ㆍ109위ㆍ영국)가 ‘노브라’로 경기를 치렀다.

비너스 윌리엄스는 지난 4일(한국시간) 윔블던 여자단식 1회전 경기 도중 브래지어를 갈아입어야 했다. 분홍색 어깨 끈이 유니폼 밖으로 드러난 것이 문제였다. 런던=USA투데이 연합뉴스
비너스 윌리엄스는 지난 4일(한국시간) 윔블던 여자단식 1회전 경기 도중 브래지어를 갈아입어야 했다. 분홍색 어깨 끈이 유니폼 밖으로 드러난 것이 문제였다. 런던=USA투데이 연합뉴스

윔블던에서는 선수뿐 아니라 일부 관객들도 드레스 코드를 적용 받는다. 윔블던 로얄박스에 앉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남성은 정장 차림이어야 하는데 넥타이를 반드시 매야 하고 여성 역시 정장을 입되 모자를 써서는 안 된다.

올해 마스터스 골프대회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가운데)가 8일 윔블던 로얄박스에서 그린재킷을 입고 약혼녀 앤절라 애킨스와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올해 마스터스 골프대회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가운데)가 8일 윔블던 로얄박스에서 그린재킷을 입고 약혼녀 앤절라 애킨스와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로얄박스는 입장권을 사서 들어오는 자리가 아니다.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의장의 초대를 받아야 하는데, 의장은 대회 조직위, 영국테니스협회 등의 추천을 받아 초대장을 발송한다. 주로 왕실 관계자, 테니스 관련 인물, 영국군 관계자 등 저명인사들이 그 대상이다. 로얄박스는 1922년 만들어졌고 지금도 74개 좌석으로 운영되고 있다.

윔블던 로열박스에서 경기를 관람중인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빈. 런던=AP연합뉴스
윔블던 로열박스에서 경기를 관람중인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빈. 런던=AP연합뉴스

올해 윔블던 로얄박스에는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빈을 비롯해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 출신 데이비드 베컴, 올해 마스터스 골프 대회 우승자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까지는 영국 왕실 가문이 로얄박스에 등장할 때에는 선수들도 경기를 중단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해야 했지만 2003년 이 규정은 폐지됐다. 하지만 여전히 여왕이나 웨일스의 왕자가 로열박스를 찾을 경우 선수들은 인사를 해야 한다. 여왕이 윔블던 경기장을 직접 찾은 것은 1957년과 1962년, 1977년과 2010년 등 네 차례다.

하지만 선수들의 신체 노출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제가 없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지난해 윔블던에 출전한 여자 선수들 가운데 나이키의 후원을 받는 선수들은 과도한 노출 유니폼 때문에 잇따라 불만을 표시했다. 여성 선수들의 유니폼이 몸에 밀착되지 않고 A라인 치마처럼 퍼져 경기 도중 속바지와 상체가 지속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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