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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무장? 거꾸로 가는 미국 총기난사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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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무장? 거꾸로 가는 미국 총기난사 대책

입력
2018.02.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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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라피에르 전미총기협회 최고경영자가 22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CPAC는 플로리다주 총기난사 사건의 여파로 라피에르의 연설을 공식 행사에서 제외했다. 내셔널하버=EPA 연합뉴스
웨인 라피에르 전미총기협회 최고경영자가 22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CPAC는 플로리다주 총기난사 사건의 여파로 라피에르의 연설을 공식 행사에서 제외했다. 내셔널하버=EPA 연합뉴스

플로리다주 고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17명이 사망한 이후 미국 정치권이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공화당 진영에선 오히려 총기의 보급을 늘리는 정책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미총기협회(NRA)의 후원을 받는 공화당 진영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산만한 의제 분산이 샌디훅 총기난사 사건 이후 또다시 효과를 보는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 피해 생존자 및 유가족과의 대화 도중 교사에게 총기를 보급하는 것을 대책 중 하나로 언급해 논란을 키웠다. 그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대책으로 제안하고 있듯이 이제는 교사나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총기를 숨겨서 소지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발언했고 교사에게 무기 훈련을 시키자는 제안도 했다.

이 발언이 “교사를 무장시키자”라는 식으로 보도되고 많은 비난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교사에게 총을 주자고 한 적 없다”라며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훈련된 교사’에게만 주자고 발언한 것을 왜곡했으니 가짜라는 게 그의 논리다. 그는 이어지는 트윗에서 비슷한 주장을 반복했고, 이날 관계자들과 만나서도 “교사의 20%만 총기를 들어도 총을 든 공격자는 사라질 것”이라며 “총을 든 사람(교사)에게 약간 보너스를 주자”고 ‘교사 무장’ 제안을 이어갔다..

이런 논란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 비해 확실히 전향적인 총기 규제 대책을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ㆍ텍사스 총기난사 사건 후 민주당이 주장해 온 반자동화기를 사실상 자동화하는 보조기구 ‘범프 스톡’의 판매 중단 요구를 수용했고, AR-15 등 반자동소총의 구매 가능 연령 상향, 그리고 총기 구매자의 정신건강 등 신원조회 강화 등을 제안했다. 폭스뉴스 외에 그의 지지기반 언론인 뉴욕포스트 등 보수지들마저 규제 대책을 호소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최대 난적은 오히려 공화당이다. 공화당 상원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권고를 받아들여 미 연방수사국(FBI)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정신건강 자료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입법안을 마련했지만 하원의 보수 의원들이 여기에 총기 은닉 소지 허가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법제화하는 규정을 끼워 넣기를 원하고 있다. 무기 은닉 소지(Concealed Carry WeaponㆍCCW)란 말 그대로 총기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의미하며 미국의 총기규제를 둘러싼 정치 쟁점 중 하나다.

이는 미국 내 총기 소유권을 보호하는 최대 로비업체인 전미총기협회가 지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NRA는 총기 은닉 소지를 허가하면 범죄가 줄어든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실제로는 총기를 드러내 소지하는 게 부담스러운 이들이 총기를 구매할 수 있어 최종적으론 규제 해소나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은닉 소지는 민주당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방안이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입법안으로 만들 경우 법안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두 제안을 분리할 경우에는 공화당 상원과 하원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NRA의 웨인 라피에르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민주당과 여론의 공세에 맞서 총기 규제와의 전쟁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민주당과 언론이 비극을 남용해 정치적인 이득을 얻고자 하고 있다. 그들은 NRA을 증오하고 수정헌법 제 2조를 증오하고 개인의 자유를 증오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교사 무장’ 제안에는 “학교를 보호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훈련을 해야 한다”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웨인(라피에르)처럼 NRA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이들은 훌륭한 사람, 훌륭한 미국 애국자들”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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