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참여 광물公 돌연 계약 파기
크롬 확보 기회 잃고 운영권은 中으로
중소기업이 3년 동안 24억원을 투자해 따낸 필리핀의 2,000억원대 크롬광산 개발 및 운영권이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한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돌연한 태도변화로 중국에게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광물공사는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희유광물 크롬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기회를 잃었고, 광업컨설팅 중소기업 케이앤피(K&P) 파트너스 인베스트먼트는 도산해 10명 가까운 직원들이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공기업의 무책임한 의사결정으로 현지에서 국가신인도도 크게 실추했다.
오광명 K&P 대표는 “계획대로 진행됐으면 건설과 운영은 물론 판매권도 확보해 한국컨소시엄이 향후 8년 동안 약 2,1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며 “공기업인 광물공사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하는 바람에 이 프로젝트에 모든 것을 걸었던 직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광산은 2012년 7월 광물공사와 K&P, 한국인프라자산운용 등으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이 지분의 40%를 인수하고 운영권과 판매권 등을 받기로 필리핀 광산기업 캄바야스와 계약을 맺은 호몬혼 광산이다. 크롬 매장량이 확인됐고, 이미 안정적으로 소량 생산되고 있어 필리핀 자원당국이 관리 중인 곳이다.
당시 양국은 일반적인 양해각서(MOU)가 아닌 법적 구속력을 갖는 기본합의계약(HOA)을 맺었다. 하지만 광물공사는 HOA에 명시된 본계약 체결 시한(2012년 8월)이 지난 뒤 갑자기 “사업성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며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지분 인수비용(약 263억원)이 과다하게 책정되는 등 관련 보고서들의 신뢰도가 떨어져 지난해 K&P측에 재검증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광물공사는 지분 인수비의 절반 가량을 투자하면 향후 8년 동안 해마다 80억여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구조였다”고 반박했다.
광물공사의 입장변화에 대해 업계에선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사업실패의 영향이 클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고정식 광물공사 사장은 최근 “볼레오 광산이 계획대로 2015년까지 90%가 완공돼 운영을 시작한다 해도 당분간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광물공사가 1,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볼레오 광산개발 사업은 캐나다 회사의 철수 등으로 사업비가 1조원 규모로 급증해 지난해 집중 감사를 받았다. 지난 정권의 ‘자원외교’바람에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손실을 입게 된 광물공사가 관련사업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실속 있는 투자마저 무리하게 철회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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