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기고] 어르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원격의료

알림

[기고] 어르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원격의료

입력
2017.01.19 20:00
0 0

신수환 충청남도 공중보건의사

전에 65세 이상 노인이 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서벽지의 보건지소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고된 농사일로 무릎이 아파서 지팡이 없이는 걷기 어려운 시골 어르신들은 읍내에 있는 의원이나 보건지소에 오는 데도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처지의 시골 어르신들이라고, 더 좋은 의료 혜택을 받고자 하는 갈망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 시절 우연히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지닌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만성질환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해 의료진에 전송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 처음에는 혈압이나 혈당 측정기기 사용법조차 모르는 환자가 많았다. 사용법을 안다고 해도 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를 교육하는 데만도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의사 입장에서는 “어르신 환자들이 스마트폰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기기를 드렸는데 불편하다고 혈압ㆍ혈당 측정을 안 하시겠다고 하면 어떡할까”하는 등의 걱정이 많았다. 물론 “어르신 환자의 질환 관리에 실제로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컸다. 대면 진료에서도 “아침 공복 혈당이 130 넘으면 안 된다” “밥 먹고 잰 혈당이 200을 넘으면 안 된다” “수축기 혈압이 140을 넘으면 안 된다” “떡이나 커피를 많이 먹으면 안 된다”라고 주의를 주지만, 정작 환자들은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원격 관리가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시범사업에서는 매일 환자 스스로 혈당이나 혈압을 측정하도록 했다. 그리고 본인이 측정치를 전송한다. 의료진은 이를 진료실 컴퓨터에서 수시로 확인하고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양태를 보이는 환자가 있으면 즉각 전화로 알린다. 실제로 필자는 환자가 스마트폰으로 전송한 아침 공복혈당을 확인해 수치가 정상범위를 벗어났기에 전화를 해 “어제 무엇을 드셨냐”고 물었다. 어르신 환자는 “내가 저녁 식사 후 텔레비전을 보면서 떡을 먹었다”고 시인했다. “오늘은 저녁 식사 후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료진의 지시에 따른다. 그리고 다음날 호전된 혈당을 전송하며 “혈당이 좋아졌다, 앞으로 더 조심하겠다”고 하신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원격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것이다. 오늘 아침에 잰 혈당치를 빠르면 몇 시간 내로 확인해 환자에게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 또 환자의 생활 습관 교정에도 도움이 된다. 환자들 스스로 간식을 줄이거나 많이 걸으면 혈당이나 혈압 관리에 좋다는 것을 깨닫게 하면 훨씬 쉽게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의 만족도가 높았다. 기존 진료를 유지하면서 중간중간 보완적으로 원격의료를 활용해 기존의 진료 패턴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었다.

의료기관 접근성이 좋은 도시와 달리 도서벽지에는 거동이 불편한데도 혼자 지내는 노인 환자가 많다. 이들이 의료 이용에서 겪는 불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한꺼번에 풀어줄 수도 없다. 따라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활용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해 직접 병원에 자주 오지는 못해도 의료진이 혈당이나 혈압 관리를 신속하게 해줄 수 있다면 환자에겐 큰 도움이 될 만하다.

스마트폰 기기의 전송 속도 등 시스템에 관한 문제나 의료진의 역할 분담 등 고민할 부분은 많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원격의료가 좋은지, 나쁜지, 효과적인지, 그렇지 않은지’가 아니라 ‘환자가 만족하고 실제로 도움을 받는지’ 여부다. 그런 점에서 원격의료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논의가 앞으로는 좀더 환자 중심적 시각에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의료계의 엇갈리는 이해 조정 등은 그 다음이 아닐까.

/그림 1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