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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기자

등록 : 2015.08.18 15:27
수정 : 2015.08.19 05:33

유기견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법

[고은경 기자의 반려배려]

등록 : 2015.08.18 15:27
수정 : 2015.08.19 05:33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을 통해 가족을 찾아간 갈색 푸들.

지난 9일 서울 은평구 역촌동 주민센터 앞. 작은 갈색 푸들 한 마리가 6차선 도로를 유유히 건너왔다.

다행히 달리는 차가 많지는 않았지만 위험천만한 상황. 순간 차에서 내릴까 말까 고민했지만 주인이 없는 것은 분명해 보여 일단 내려 강아지가 달려간 쪽으로 향했다. 강아지는 카센터 앞 한 중년 여성에게 폭 안겨 있었다. ‘아 주인을 찾았나’ 싶던 찰나 오히려 “주인이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유기견 출신 푸들을 키운다는 구조자가 일단 강아지를 데리고 가서 몸 속에 동물등록 정보가 담긴 마이크로칩이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칩은 없었다. 다음날 구조자는 발견 장소 인근 동물병원에 전화를 돌렸지만 신고가 들어온 것은 없다고 했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해당 구청에 신고하고 강아지를 유기동물보호소에 보내는 것이었다. 주인이 애타게 찾고 있다는 가정 하에서는 유기동물들이 공고되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등록하는 것이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구조자 덕분에 경기 양주에 있는 보호소에 입소한 강아지는 ‘유기동물 공고’란에 올라왔다.

작고 품종 있는 강아지라 주인을 찾지 못하더라도 입양은 금방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아뿔싸, 추정 나이가 8세였다. 구조자도 데리고 있을 수가 없다고 했기에 임시 보호처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 했지만 “결국 구조한 사람이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일단 안락사는 피해보자는 생각에 나라도 임시 보호할까 하고 연락했더니 이미 주인이 찾아갔단다.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유기견을 만나면 ‘구조하면 힘들겠다’는 마음보다는 먼저 구해야겠다는 행동이 앞선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보니 유기견을 구조했던 사람들이 “차라리 눈을 감고 다니고 싶다”고까지 말하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 덜컥 구조했다가 이후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드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주인을 찾거나 입양되지 못하면 구조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갈색 푸들은 운이 좋았지만 공고란에 올라온 수 많은 강아지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번 사건을 통해 느낀 점은 세 가지. 먼저 강아지는 언제든 길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목걸이나 내장형 칩을 반드시 해줘야 한다는 것. 목걸이는 시간이 지나면 훼손될 수도 있으므로 내장형 칩이 좀 더 믿음이 간다. 또 보호소까지 가지 않고도 주인을 찾을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주인이 찾을 마음만 있다면 APMS가 가장 빠르게 유기견과 주인을 연결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다만 강아지들이 모이는 보호소는 좀더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안락사 되는 유기견을 줄이려면 새 가족을 찾을 때까지 돌봐주는 임시보호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도 다시금 느꼈다. 현재‘유기견 구하기’는 모든 것이 구조자의 몫이다. 최근에는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병원비도 충당하고 새 가족도 찾아주긴 하지만 동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나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에 한해서다. 유기견을 구조한 후 안락사되기 전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왔을 때 돌봐주는 임시보호 자원 봉사자들이 많아진다면 보다 많은 유기견들이 새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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