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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현숙 아닌 이영애로 산 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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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현숙 아닌 이영애로 산 11년

입력
2018.02.2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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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김현숙은 연기 인생 3분의 2를 이영애로 살았다. 2007년 첫 선을 보인 tvN ‘막돼먹은 영애씨’(막영애)는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다. 노처녀 이영애(김현숙)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직장인들의 애환과 여성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 골수팬들이 많다. 시즌16에선 혼전임신과 동시에 결혼한 영애가 워킹맘으로서 겪는 애환을 디테일하게 보여줬다. 11년째 영애로 살고 있는 김현숙은 “매 시즌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임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영애가 결혼과 임신을 한번에 했다.

“한꺼번에 많은 일이 닥쳤다. 10년 동안 결혼을 안 시켜주더니 임신까지 한방에 했다. 이제 영애 결혼 시킬 거라고 얘기는 들었는데, 임신까지 할 줄은 몰랐다. 노산이니까 축복이지 않냐. 나이 먹어도 혼전 임심하면 당황스러운 건 똑같더라.”

-시즌15는 팬들의 항의를 많이 받았는데

“노처녀 영애한테 꽃미남이 계속 들러붙으니까. 골수팬들의 인생은 바뀌어 가는데 영애는 제자리걸음이니공감대가 반감됐다. 시청자들과 함께 한 영애의 인생이지 않냐. 그들의 공감대에 발 맞추려고 노력했다. 원래 ‘막영애’는 올드미스가 자기 삶에서 고군분투하는 콘셉트이지 않냐. 제작진이 결혼을 섣불리 시키기 두려워했는데, 지난 시즌에서 욕을 많이 먹고 정신 차렸다(웃음).”

-결혼과 출산 모두 경험해서 연기하기 쉬웠을 텐데.

“그래도 어렵더라. 김현숙과 이영애의 삶은 다르지 않냐. 극중 처음 산부인과에서 임신 10주째 됐다고 했을 때 내가 너무 웃었다고 하더라. 작가들이 영애는 자기 일도 있는데 갑작스럽게 임신이 됐으니까 당황해야 된다고 해서 순간 혼란이 왔다. 실제론 임신했을 때 즐거웠는데 산후우울증이 심각했다.”

-작가들과 돈독할 것 같은데.

“영애가 한 기이한 행동은 다 작가들의 이야기다. 대본 보면서 놀라면 한설희 메인 작가가 ‘2주 전에 내가 이랬는데’라고 한다. 혼전 임신한 작가는 없다. 대신 내가 겪었다. 경험만큼 중요한 게 없지 않냐. 어렸을 때 선배들한테 결혼 얘기를 들었지만 경험하는 건 천지 차이다. 설희 언니가 올해 마흔 넷이다. 웬만하면 노자 안 붙이는데 노처녀다. ‘미즈넷 보면서 조사 많이 해’라고 했다. 우리는 다른 드라마와 달리 결혼하는 과정도 디테일하게 나오지 않았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공감대가 디테일이다.”

-특별히 공감한 에피소드는.

“가족 간의 에피소드가 공감됐다. 아버지가 딸을 시집 보낼 때 헛헛해하고, 딸의 입장에서 엄마가 되는 과정 등이 그랬다. ‘우리 엄마도 진짜 힘들었겠구나’ 싶더라. 너무 힘들고 지쳐 있는데 엄마가 따뜻한 찌개 끓이고만 있어도 울컥하지 않냐. 그런 점이 많이 공감됐다.”

-실제로 워킹맘으로서 애환을 느끼나.

“정신적으로 힘들다. 일과 육아를 함께 하지 못하는데 대한 죄책감이 크다. 육체적인 고통도 당연히 있지만, 아이가 자는 모습을 보고 나갔는데 들어와서 또 아이가 자는 모습을 볼 때가 많다. 아이를 책임지면서 일에도 지장주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 이런 심리적인 압박감을 다음 시즌에서 디테일하게 다뤘으면 좋겠다.”

-김현숙과 이영애의 삶이 헷갈릴 것 같은데.

“영애는 인생의 한 부분이 됐다. 연기 인생 중 3분의 2를 차지한다. 본격적으로 주요 배역 맡을 때부터 따지면 거의 인생의 반 이상을 영애로 살았다. 이제는 혼동의 정도가 아니라 끝나면 약간 우울하다. 매 시즌 끝날 때마다 힘든 건 똑같다. 습관이 됐다고 생각해도 안 그렇더라. 감정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11년 전 처음 영애씨를 만났을 때 기억나는지.

“아련하다. 팬들이 SNS에 올려주는 걸 보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내가 봐도 정말 신선하더라. 제목부터 ‘덩어리는 부서지지 않는다’ ‘몰카 비키니 그리고 원나잇’ 적나라했다. 골수팬들은 옛날에 평범한 내용으로도 재미있었는데, 점점 드라마적으로 변한다고 아쉬워 하더라. 영애가 계속 변태를 때려잡을 순 없지 않냐. 작가들의 고충이 많다.”

-이승준과 애정신이 많았는데 남편 반응은.

“남편이 ‘베드신도 없이 임신 했더라?’면서 웃더라. 남편이 부산 남자인데 응원을 많이 해준다. ‘결혼 축하한다’ ‘결혼식 장면 찍을 때 하객으로 갈까?’ 하더라. 대화가 잘 통하고, 배우로서 모습이 멋있다면서 응원해준다.”

-이번 시즌에서 이규한의 삼각 로맨스가 두드러졌는데.

“김현숙으로선 섭섭하다. 영애가 결혼했으니까 어쩔 수 없지 않냐. 나머지 배우들이 해 줄 몫이 있는 거니까. 러브라인에 치중하기 보다 영애는 좀 더 현실을 반영해서 보여주고 싶다. 이번 시즌이 재미있었지만 정말 리얼해서 힘들기도 했다. 영애의 삶을 보고 ‘나만 힘들 게 아니구나’ 많이 공감하길 바랐다.”

-몇 시즌까지 할 수 있을까.

“종파티 때 작가들한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다음 시즌 기획하자’고 했다. 편성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즌17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 언제까지 할지는 예측이 안 된다. 가끔 ‘박수칠 때 떠나야지’ 하다가도, 딴 작품 해보면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구나’ 느낀다.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지 않지 않냐. 말만 주인공이고 서브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제작자 마인드로 한지 오래됐다. 작가들은 이미 만신창이가 돼 있다. ‘언니 고통스러운 만큼 잘 나오더라’면서 다독인다. 좋은 작품이 나오려면 고통이 불가피한 것 같다.”

-시즌17에서 희망하는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영애가 결혼했고 꿀벌이도 낳지 않았냐. 영애가 워킹맘으로서 겪는 애환이 당연히 나올 거다. 소위 시청자들이 대리만족 느끼고 통쾌해 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치맛바람 센 아줌마 등 꼴불견인 학부모에 영애가 사이다를 날려주지 않을까.”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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