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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 베를린 윤이상하우스, 언제 빛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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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 베를린 윤이상하우스, 언제 빛 보나

입력
2017.05.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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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 윤이상하우스의 모습. 관리하는 이가 없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윤이상평화재단 제공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 윤이상하우스의 모습. 관리하는 이가 없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있다. 윤이상평화재단 제공

독일 베를린 시내에서 25㎞ 정도 떨어진 자크로우어 키르히베크에는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된 자택이 있다.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1971년부터 숨질 때까지 25년 동안 머물며 오페라 ‘심청’을 비롯해 세계적 작품 120여곡을 작곡한 곳이다. 윤이상평화재단은 2007년 윤이상 사후 12년째 방치되고 있다며 자택을 개ㆍ보수 해 윤이상 기념관 및 베를린 한국현대음악센터로 이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4억원을 자체 부담하고 국가보조금 8억원을 지원받아 베를린 ‘윤이상하우스’를 재탄생 시키겠다는 복안이었다. 윤이상평화재단은 2009년 건물 보수를 마치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업실적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현재 윤이상하우스는 방치돼 있다. 2013년 관리인이 철수하면서 돌보는 사람이 없어졌고, 2015년엔 유족의 건물 매각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아직까지도 윤이상하우스를 기념관으로 만들어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젊은 음악가들의 작품 발표회를 연다는 기존 운영계획을 전혀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윤이상평화재단은 지난해 새 이사진을 꾸리고 윤이상 탄생 100주년인 올해 제2의 재단 출범을 계획했다. 새 임원들이 사비를 보태 베를린 윤이상하우스의 자택 매입비용 중 미납금까지 해결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9일 윤이상평화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사무실도 없는 상황이다. 독일의 국제문화교류지원 비영리기관인 괴테 인스티튜트에 기념관 운영을 맡기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올해 초 무산됐다.

윤이상 이수자 부부가 윤이상하우스에 머물던 한 때. 윤이상평화재단 제공
윤이상 이수자 부부가 윤이상하우스에 머물던 한 때. 윤이상평화재단 제공

재단의 어려운 재정 상황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크다. 윤이상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5년 문화체육부 산하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윤이상평화재단은 정권이 바뀌며 각종 지원금이 끊겼다. 윤이상평화재단이 실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2007년 제정해 2년마다 열렸던 윤이상국제작곡상도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며 2013년 이후 중단됐고 올해 개최도 무산됐다. 재단은 윤이상하우스 보수공사 후에는 운영비를 전액 부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를 실행하지도 못했다.

문체부는 윤이상평화재단을 정부가 관리하는 ‘산하 재단’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이상하우스 관련해서도 10년 전 교부된 국가보조금의 사용처만 확인하면 될 뿐 관리 여부는 재단 담당이라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부 사업에 정부 지원을 할 뿐이지 윤이상평화재단을 문체부가 관리하는 재단으로 볼 수는 없다”며 “국제작곡상의 경우 그 후로 지원 요청이 따로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윤이상국제작곡상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자생의 길을 찾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탓이다. 재단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자생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 동안 잘 안 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며 “앞으로는 정부와 관계없이 재단이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윤이상하우스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이달에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스토리펀딩을 실시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여의치 않아 모금활동을 통해 시민들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 투자 등을 통해 재단 재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윤이상하우스가 사실상 방치돼 있지만 탄생 100주년 행사는 활발하다.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은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진행한다. 국내에서는 윤이상 탄생일을 한달 여 앞둔 8월 중순부터 콘서트를 이어간다. 21~23일엔 국제학술대회, 야외 대형 콘서트 등 행사가 예정돼 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작곡가 윤이상이 독일 베를린의 자택에 머물던 시절 찍은 사진. 윤이상평화재단 제공
작곡가 윤이상이 독일 베를린의 자택에 머물던 시절 찍은 사진. 윤이상평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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