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정 의장 협의 없이 날치기” 공세에
더민주 “절차상 하자 없다” 정 의장 지원사격
이전 5명은 장관 직무 중 가결
“정치 공세” “요건 충분” 공방
3권 분립도 진영논리 대립
“청와대 수용해야” “행정부 판단”
여권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 과정과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에 대한 형사고발 방침을 정했다. 정치권은 정 의장 고발 외에도 ▦차수변경을 통한 가결의 적법성과 ▦해임안 구성의 적절성, ▦대통령의 해임안 수용불가 문제 등 3가지 법률적 문제로 후폭풍에 휩싸였다.
해임안 날치기 통과 논란은 본회의 차수 변경 과정에서 국회법 제77조가 규정한 방식으로 원내교섭단체 협의가 이뤄졌는지가 핵심이다. 정세균 의장은 23일 밤 본회의가 12시를 넘기자 차수 변경을 선언했다. 해당 조항은 본회의 의사일정 변경 조건으로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라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문제의 본회의에서 정 의장이 의사과장을 통해 김도읍 원내 수석부대표에게 (의사 일정 변경과 관련된) 종이 한 장만 달랑 전달했다”며 “이걸 협의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는 입장이다. 정 의장 측과 야권은 “절차상 법률적 하자는 없다”고 해명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장과 원내교섭단체와의 협의는 관련 서류를 정상적으로 통보 받는 행위를 말한다”며 “23일 의장실이 전달한 서류를 여당이 거부한 것이지 협의 자체가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원 사격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25일 정 의장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새누리당은 형사 대응 이외에도 국회 절차로 ▦사퇴촉구결의안 제출 ▦윤리위 제소를 하고, 민사적으로는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회의장 형사 고발은 유무죄 여부를 떠나 여야의 극심한 정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어 정국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여당의 초강수를 ‘정치적 전략’의 측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가처분 신청의 경우 국회의장 직무를 정지하지 않으면 안될 시급성이 전제돼야 하고, 고발 역시 국회의장이 ‘정당한 권한 이외의 행위'를 했는지가 명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민ㆍ형사 모두 현재로선 주장만 있을 뿐 객관적인 입증은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에 대한 해임안이 요건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다. 이전 5명의 장관들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한 문제로 해임안이 가결됐으나 김 장관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이달 4일 임명된 김 장관의 직무 상의 하자나, 중대 과실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된 의혹이 대부분 해소됐음에도 임명한 사실 자체를 놓고 부당한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은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으며, 국무위원 자격에서 국민의 분노를 일으킨 것에 대해 건의안을 제출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헌법 제63조는 ‘국회가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만 명시했을 뿐, 건의안 제출 가능 사유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해임안의 수용을 놓고도 입법-행정-사법의 견제와 균형을 강조한 헌법의 3권분립 정신을 각기 진영 논리로 해석하고 있다. 야권은 ‘견제’에 방점을 찍어 “국회에서 통과된 해임안을 역대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적이 없다”며 박 대통령의 건의안 수용 불가 입장을 비판했다. 정부ㆍ여당은 ‘균형’에 의미를 두면서 “헌법이 해임 의결이 아닌 건의만 명시한 것은 사안 마다 행정부가 판단해도 된다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전 헌법에선 해임안을 대통령이 수용토록 하는 강제 규정을 두었으나 1987년 마련된 지금의 헌법은 이 조항을 삭제했다. 정태호 경희대 헌법학 교수는 “헌법이 의원내각제 요소를 도입하면서도 대통령 인사권의 견제 방식을 건의 형태로 두는 등 의회와 청와대의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며 “위헌 여부는 명분과 국민 여론에 달린 것이지 특별히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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