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위원회서 현대차 등 대기업 회원사 반대 의견 표명
박상희, “전형위원 6명중 5명이 대기업 관계자” 항의
경총, “조만간 전형위 다시 열어 차기 회장 결정할 것”
차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으로 내정돼 추인절차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던 박상희 경총 회장 선임이 22일 예상을 뒤엎고 무산됐다. 주요 대기업 회원사의 반대가 배경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 출신의 박상희 대구 경총 회장은 “회장 선출 관련 위원 대다수가 대기업 출신”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당분간 경총에서는 지도부 공백과 더불어 내홍이 불가피해졌다.
경총은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49회 정기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전형위원회’를 개최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로 전날 박상희 회장이 자신의 내정 사실과 차기 경총 회장으로서의 포부까지 밝혔던 터라 이날 전형위원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간 것이었다.
경총 관계자는 “지난 19일 회장단 6,7명이 가진 오찬에서 차기 회장 관련 논의가 있었고, 박상희 회장 등 몇 명이 거론되긴 했지만 의견 일치를 보지는 못했는데 결과가 확정된 것처럼 와전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형위원회에선 박상희 회장 선임에 대해 현대차 등 대기업 회원사가 반대 의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사정 대타협 등 산적한 현안에 박상희 회장이 재계 전반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기는 부족하다고 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정기총회에 참석한 박상희 회장은 “전형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대기업 관계자”라고 항의하는 등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박병원 현 회장이 지명해 구성된 이날 전형위원은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김영태 SK 부회장, 박복규 전국택시연합회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조용이 경기 경총 회장 등이다.
경총은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전형위원회를 다시 열어 차기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경총 회장은 노사관계에서 재계 선두에 서기 때문에 경영계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덕망 있고 경험 많은 분을 선임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상희 회장 선임안은 무산된 것이냐’는 질문에 “박 회장도 차기 회장 후보군의 한 명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경총은 이날 총회에서 박병원 회장의 사임을 수락하고 명예회장에 추대했다. 14년간 자리를 지킨 김영배 상임부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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