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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년 교육감 선거 후보자들에게 고함

입력
2017.07.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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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ㆍ도지사선거의 경우 인구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지사 선거가 41억 7,000만 원으로 가장 많고, 서울시장선거는 37억 3,000만 원으로 그 다음을 차지하였다…시ㆍ도지사선거에서 후보자 1인당 쓸 수 있는 평균 선거비용은 14억 6,000만 원… 교육감선거는 선거비용 제한액 산정기준이 시ㆍ도지사선거와 동일하므로 그 금액도 같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14년 1월 24일자 보도자료다. 아마도 내년 비슷한 시기에도 유사한 내용의 보도 자료가 발표될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2014년과 거의 같은 형태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감선거는 정치인이 입후보할 수 있는 선거는 아니지만, 선거경비나 선거과정은 정치인들과 다를 게 없다. 단지 정당인이 입후보할 수 없다는 것과 따라서 그 공천을 받을 수 없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정당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정치인도 아닌 교육감 후보자가 이 어마어마한 선거 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선거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개인 자격으로만 입후보하는 교육감 선거에서 많게는 42억원, 전국 평균 15억원을 쓴다는 것이 제 정신인가. 여러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직선제 교육감 선거는 정치인 선거와는 다르게 완벽한 선거공영제를 운영해야 함이 타당할 터인데 아직도 개선의 움직임은 없다. 제도를 만든 정부나 국회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이런 제도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돈과 비정상적인 선거 과정에 심각한 고민 없이 매몰되었던 교육감 후보자들도 비난의 대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과다한 선거비용 혹은 관련된 이유 때문에 올해만도 인천과 울산 교육감이 법원의 판결로 구속됐다. 이들은 당선자들이어서 선거비용도 다 보전 받았음에도 부정과 일탈이 있었던 것으로 1차적 심판을 받았다. 하물며 당선되지도 못하고 10% 미만의 득표율을 얻은 후보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할 수가 없다. 그런데 정치인들과 똑같이 선거운동하고 똑같은 규모의 선거비용을 조달해야 한다. 잘못된 제도와 관행이다.

그렇다면 내년 교육감선거에서도 이 확연하고 분명한 이 잘못된 제도를 그대로 둘 것인가. 1년 남은 시점에서 법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내년에 교육감 후보로 나설 분들께 간곡히 고(告)한다. 법령과 제도가 불합리하면 교육자임을 자처하는 이들은 개척자적 뜻과 실천으로 그 불합리함을 극복해야 할 교육애적인 소명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이로 인하며 고민과 토론, 그리고 후보자들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한다.

먼저, 법정 경비의 반 정도만 쓰자. 선거공보 인쇄비나 최소한의 사무실 운영비 정도만 세금으로 쓰겠다는 심정으로 선거에 임하자. 선거에서 돈을 적게 쓰는 것만으로도 정치인이 아닌 교육감의 차별성을 교육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둘째, 선관위의 선거방송과 토론회, 그리고 지역 언론이 주최하는 방송과 토론회를 주로 선거 유세의 과정으로 활용하자. 유권자들에게는 소상하게 많은 것을 알릴 수 있다.

셋째, 교육감 후보자는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인들과 똑같이 선거운동을 하면서 교육지도자라고 스스로를 명명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넌덜머리 나는 소음의 대명사인 스피커 실은 트럭과 선거운동원, ‘이름만이라도 알리려는 유혹’을 과감히 그리고 스스로 거부하자.

마지막으로 선거 과정에서 신세지는 일이 없게 하자. 선거에서의 빚은 나중에 부당한 압력과 뒤틀림으로 대갚음 당하게 돼 있다. 교육은 큰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특권이 생길 수 있는 분야도 아니다. 그저 아이들의 미래를 부모의 맘으로 보살피고 도와주는 일이다. 부모가 아이들을 담보로 이득을 챙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빌미와 여지를 주지말자.

박융수 인천광역시교육감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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