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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인 출연·힙합 공연까지… EBS가 재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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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인 출연·힙합 공연까지… EBS가 재밌어졌다

입력
2018.08.19 16:04
수정
2018.08.19 19:4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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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에 예능기법 도입

전문가 강연 듣는 ‘배워서 남줄랩’

10대 래퍼들 공연으로 이해 돕고

‘부모성적표’에선 즉석 점수 평가

EBS “공익 해치지 않고 차별화”

EBS '배워서 남줄랩'에 출연하는 10대 래퍼들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랩으로 표현한다. EBS 제공
EBS '배워서 남줄랩'에 출연하는 10대 래퍼들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랩으로 표현한다. EBS 제공

“맞을 짓은 없고 / 맞을 만한 사람은 없어 / 눈 씻고 찾아봐도 / 너의 범죄 속에 사랑은 없어.” 지난달 18일 방송된 EBS 교양 프로그램 ‘배워서 남줄랩’.

가사를 읊어대며 무대 위를 뛰어다닌 건 tvN 예능 프로그램 ‘고등래퍼’에 출연했던 10대 래퍼들이다. ‘고등래퍼’ 아이들이라면 EBS와는 별로 안 친할 것만 같은데,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 심리학과 교수에게 데이트 폭력에 대해 배워 자신들이 느낀 바를 랩으로 풀어냈다.

‘배워서 남줄랩’은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여러 사회문제들을 둘러싼 지식을 배우는 이른바 ‘민주시민 교육 콘텐츠’를 내세운 교양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10대 래퍼들이 등장해 매주 공부와 공연을 병행한다. 팀을 나눠 랩 실력을 뽐내는 전개는 여느 예능 프로그램 못지않게 흥미롭다.

EBS의 교양 프로그램이 달라지고 있다. 포인트는 ‘재미’. 가르치는 방송이 아니라 예능적 기법을 가미해 시청자와 함께 웃고 즐기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다음달 정규 편성된 EBS ‘조식포함아파트’는 셰프와 연예인으로 이뤄진 ‘밥차 군단’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준다는 콘셉트다. 이웃과 함께 아침을 먹으며 공동체의 정을 느껴보자는 취지다. EBS ‘부모성적표’는 갈등을 겪는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 출연해 서로의 입장을 들어본다. 스튜디오에 나온 100명의 청소년 판정단은 관찰카메라에 담긴 청소년과 부모의 행동을 보고 점수는 매긴다. 이 점수에 따라 부모가 앉은 의자가 움직이며 긴박감을 준다.

EBS의 유쾌한 변신은 예능판에서 활약하던 방송인들을 대거 투입하면서 시작됐다. ‘배워서 남줄랩’은 개그우먼 김숙, ‘부모성적표’는 잘 나가는 진행자 전현무, ‘조식포함아파트’는 개그맨 박명수가 진행을 맡았다. 제작비를 많이 들이지 않는 EBS에 유명 연예인 기용은 이례적이다.

EBS '조식포함아파트'에는 방송인 박명수가 출연해 예능적 분위기를 더한다. EBS 제공
EBS '조식포함아파트'에는 방송인 박명수가 출연해 예능적 분위기를 더한다. EBS 제공

유쾌한 변신이지만, 변신 이유는 썩 유쾌하지 않다. 최근 여러 예능 프로그램이 시사ㆍ교양 소재를 접목해왔다. EBS는 정통 교양, 정통 다큐멘터리를 내세워왔으나 이 것만으로는 힘을 발휘하기 어려워졌다. EBS는 EBS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트렌드를 따라 재미를 반영하는 아이디어에 골몰했다. 이창용 EBS 편성기획부장은 “젊은 시청자를 잡고 사회 흐름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시도”라며 “오래 지속되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에버그린 콘텐츠’를 발굴하려 한다”고 말했다.

EBS 프로그램의 예능화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EBS만의 정체성을 잃거나 교육이라는 목적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률에 연연해 새로운 문법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여느 예능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어질 것이고 그렇다면 EBS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역효과를 낳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방송한 토크쇼 ‘까칠남녀’는 낙태, 성소수자, 맘충, 냉동난자, 페미니즘 등 민감한 젠더 이슈를 다루다가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지탄 받아 폐지됐다.

이창용 편성기획부장은 “현재 방송 중인 모든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예능이 아닌 교양 프로그램”이라면서 “교육적 메시지를 재미있게 풀어보자는 것이지 기존의 공익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EBS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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