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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日 무너지는 독점권력… 다시 뜨는 파벌정치

입력
2017.07.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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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20% 곤두박질 자민당

차기 총리 배출 못할 위기감에

아소파-기시다파 합병 구상 등

파벌들 합종연횡 움직임 ‘꿈틀’

일본 아베 신조(왼쪽)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국회에서 나란히 앉아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아베 신조(왼쪽)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국회에서 나란히 앉아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전후 일본정치의 중심이던 자민당의 파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장기집권하는 동안 기를 펴지 못했지만, 아베집권 5년 동안 독선적 정국운영으로 최근 민심이 등을 돌리면서 급속도로 힘이 빠졌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아베 총리가 이번 주(8월3일) 개각을 단행하지만 단기간 내 국민신뢰를 회복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아베 이후의 총리감을 준비해둬야 한다는 점에서 자민당 내 세력간 조정과 합의가 중요해졌다. 파벌정치 부활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각 파벌은 정식명칭을 통해 정치철학을 드러내고 있다. 아베가 속한 최대파벌인 호소다파(細田ㆍ의원 96명)의 공식명칭은 ‘세이와 정책연구회’다. ‘깨끗한 정치를 하면 국민은 저절로 부드러워진다’는 중국고사를 인용해 1979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가 이름 붙였다. 2000년대 들어 자민당 총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만 빼고 모리 요시로(森喜朗),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등 전부 이 파벌이 싹쓸이했을 만큼 호소다파 황금시대다.

가장 오래된 파벌은 기시다파(岸田ㆍ46명)다.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전 총리가 1957년 고치카이(宏池會)로 명명했는데, 투쟁형과는 거리가 먼 온화한 성품의 의원들이 몰려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이 대표적이며 아베 정권을 온건하게 계승할 경우 차기 집권 가능성이 낮지 않은 세력이다.

누카가파(額賀ㆍ55명)로 불리는 헤이세이(平成)연구회는 일본정치의 주류이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명맥을 잇는 왕년의 명문파벌이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의원이 총리직 도전을 위해 만든 스이게쓰카이(水月會ㆍ19명)는 달이 수면에 비친 모습을 비유해 사심을 버린 정치를 내세우고 있다.

파벌정치가 몰락한 것은 1994년 소선거구제로의 선거제도 개편과 2000년대 ‘자민당을 부순다’는 구호를 내건 고이즈미 전 총리의 영향이 컸다. 중선거구에선 같은 지역에서 자민당끼리 다투는 구도여서 각 후보는 별도의 후원세력이 필요했지만 1명만 뽑는 소선거구가 되면서 공천을 주는 당 본부가 중요해졌다. 고이즈미가 이런 환경을 완성해놓고 아베에게 독점권력을 넘겨준 셈이다.

그러나 요즘 파벌의 존재감이 부활하는 분위기다. 특히 아소 부총리는 산토(山東)파, 다니가키(谷垣)그룹 이탈인사를 흡수해 59명의 제2파벌을 만들었다. “천하는 권력자의 사유물이 아니라 공공을 위한 것”이란 중국고전 예기(禮記)를 인용해 ‘시코카이(志公會)’로 명명했다. 그는 기시다파까지 합병하는 ‘대(大) 고치카이(宏池會) 구상’도 내비치는 등 정치판을 흔들 태세다.

현재 지지율이라면 차기 총선에서 아베 얼굴로는 자민당이 패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욱이 제1야당 민진당이 쇄신작업에 돌입, 기대가 생기면서 절박해진 자민당 파벌들의 합종연횡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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