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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대통령 오욕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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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대통령 오욕의 역사

입력
2018.03.14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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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등 혐의 피의자 신분 소환

전직 대통령으론 5번째 檢 조사

최다 득표 “도덕 정권” 자평 무색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해야” 지적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8년 3월 14일,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된다. 국민은 검찰청에 불려 나와 상기된 표정으로 수십 대 카메라, 수백의 기자 앞에 서는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을 보게 됐다.

이날 오전 9시 30분, 11년 전 선거에서 당시로선 역대 최다 득표(1,149만2,389표)로 당선됐던 제17대 대통령 이명박(77)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 선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의 직접 조사를 받는 사례는 1995년 전두환ㆍ노태우, 2009년 노무현, 2017년 박근혜에 이어 다섯 번째다. 제5공화국 출범 이후 이 저주를 피할 수 있었던 대통령은 김영삼(YS)과 김대중(DJ)뿐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 초기 이 전 대통령은 “퇴행적 행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지만 그가 받는 범죄 혐의는 뇌물, 조세포탈, 횡령,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무려 10여 가지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직하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검찰에 불러 세우기도 했었다. 9년 전 이 전 대통령이 정적을 옭아맸던 ‘포괄적 뇌물’이라는 부메랑을 맞게 된 셈이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대통령 자리를 거쳐 간 이는 모두 11명. 내각책임제 하의 대통령(윤보선)과 과도기 대통령(최규하)을 제외한 9명은 예외 없이 개인 비리나 친인척 비리로 곤욕을 치렀다. 특히 87년 민주화 이후 군부나 경찰 대신 검찰 역할이 확대되면서, 검찰을 통한 전 정권 사정이 이어졌다. 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은 4,000억원에 이르는 비자금 조성 혐의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한 달 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을 거부하는 골목성명을 내고 고향(경남 합천군)으로 내려갔지만, 이내 체포돼 서울로 압송됐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에 불려나갔다. 그는 수사를 받던 중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21일 검찰에 소환된 후 구속됐다. YS와 DJ는 재임 중 자기 자식이 비리 혐의로 사법 처리되는 모습을 봐야 했다.

이처럼 부끄러운 대통령사가 지난 20여년 동안 거듭되고 있지만 반면교사(反面敎師)는 없었다. 대통령과 정권을 잡은 세력이 하나같이 권력에 취해 자기나 주변 관리에 소홀했거나 눈감았던 탓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형 비리를 막기 위한 각종 제도 보완은 이루어졌으나 시늉에 그쳤다. 여기에는 대통령에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 권력 구조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전직 대통령들의 다양한 능력과 경륜을 활용하고 있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이라며 “예산과 감사, 인사 기능 등을 분산해 정부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부터 손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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