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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 “연기를 잘한다는 게 뭘까... 언제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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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 “연기를 잘한다는 게 뭘까... 언제나 고민”

입력
2017.06.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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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루’는 스페인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7일 언론시사회 직전에 소식을 접했다는 변요한은 “너무 긴장돼 잠깐 나가서 숨을 고르고 들어왔다”며 웃음 지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 ‘하루’는 스페인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7일 언론시사회 직전에 소식을 접했다는 변요한은 “너무 긴장돼 잠깐 나가서 숨을 고르고 들어왔다”며 웃음 지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요즘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제가 ‘대인배’가 됐다고(웃음).”

잘못한 일엔 주저하지 않고 사과할 줄 알게 됐다. 미움 같은 감정은 품지 않으려 한다. 소중한 사람들을 더 살뜰히 챙기게 됐다. 영화 ‘하루’(15일 개봉)에 출연한 이후 배우 변요한(31)에게 일어난 변화들이다.

영화의 메시지에 배우가 먼저 감화됐으니 이젠 관객들이 느낄 차례다. 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변요한은 “캐릭터와 소재보다는 화해와 용서로 귀결되는 이야기의 힘에 끌렸다”고 말했다.

영화는 똑 같은 하루가 무한히 반복되는 시간 안에 갇힌 두 남자가 각각 딸과 아내를 구하기 위해 그 시간의 비밀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미스터리 스릴러로 풀어낸다. 변요한은 아내를 살리려 분투하는 사설 구급차 운전기사 민철 역을 맡아 선배 김명민과 호흡을 맞춘다. 그는 “만약 내가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민철보다 더 처절하지 않았을까”라며 잠시 상상에 빠졌다. 피폐해진 얼굴과 충혈된 눈동자 안에 피로감과 예민함을 모두 담아낸 변요한의 연기가 아내의 죽음을 막지 못한 민철의 절망감을 체감하게 만든다.

촬영장은 그 자체로 타임루프였다. 영화 내용이 그러하니 견뎌야 했다. 같은 장소에서 상황 설정을 약간씩 달리하며 반복해 촬영했다. 잠에서 깨어나면서 하루가 시작되는데 그 장면만 몰아서 50번 가량 찍었다. 변요한은 “나중엔 어떤 자세로 잠에서 깨야 할지 아이디어가 고갈되더라”며 웃었다. “모든 ‘하루’가 다 힘들었어요. 매 순간 치열해야 했으니까요. 집중도가 아주 높은 현장이었죠. 그래서 촬영 마치고 집에 갈 땐 오히려 힐링 되는 느낌도 받았어요.”

영화 ‘하루’에서 변요한은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에 갇혀 아내의 죽음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민철 역을 맡았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 ‘하루’에서 변요한은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에 갇혀 아내의 죽음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민철 역을 맡았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최근 극장가에서 ‘미이라’ ‘원더우먼’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득세하고 있지만 흥행 부담은 없다. “원하는 대로 다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주연 맡은 상업영화는 이제야 두 번째”라며 짐짓 여유도 부려본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제가 연기를 오래 하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해야죠. 그 마음가짐을 잊어버려선 안 돼요.” 변요한은 ‘초심자’다. 연극배우인 친구들의 대본도 같이 보고 오디션 준비도 도우면서 “배움”을 멈추지 않는다. 그가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곁에서 쓴소리도 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어렸을 때 본 영화에서 너무 이상하다고 느낀 배우의 연기를, 지금 나이 들어 다시 보면서 ‘아, 이거였구나’ 새삼 감탄하게 될 때가 있어요. 제가 출연했던 독립영화를 다시 보면서 깨닫는 것들도 있고요. 어떤 연기가 잘하는 연기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 더 많이 배워야 해요. 단,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채워가려고 합니다.”

요즘 그는 복싱에 푹 빠져 있다. 영화에서보다 많이 민첩해진 모습이다. 다이어트 삼아 시작했는데 체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 하나의 취미는 피규어 조립이다. ‘영웅본색’ 저우룬파(주윤발)와 ‘분노의 질주’ 제이슨 스테이덤 등 배우 피규어를 40여개 모았다. 복싱과 피규어 모두 ‘혼자서’ 즐기는 놀이다. “독립영화 찍고 연극 하다가 드라마 ‘미생’(tvN)으로 대중을 만났어요. 불과 3년 전 일이에요. 그때도 치열하게 살았죠. 그러면서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잊어버렸던 것 같아요. 혼자만의 시간과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있어요. 그러면서 제게 없던 감성도 채워지는 듯해요. 당분간 그러려고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변요한은 “어떤 작품에서도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며 “‘내가 정말 잘 해냈나’ 스스로 되묻고 의심해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변요한은 “어떤 작품에서도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며 “‘내가 정말 잘 해냈나’ 스스로 되묻고 의심해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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