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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돈벌이 의료

입력
2016.09.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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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간염 집단감염을 일으킨 서울 다나의원은 ‘살 빼는 주사’로 유명했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강력한 성분의 이뇨제와 스테로이드제 등 두세 가지 약물을 마구 섞어 주사했다. 즉각적 다이어트 효과를 노린 것이다. 원주 한양정형외과는 자기 혈액에서 혈소판을 추출해 주사하는 자가혈시술(PRP) 과정에서 수백 명을 감염시켰다. PRP는 ‘예뻐지는 피 주사’로 불리며 미용 목적으로도 널리 쓰인다. 서울 JS의원도 피로회복과 기억력 향상에 좋다는 ‘은행 칵테일주사(은행잎 추출물+비타민)’를 마구 썼다.

▦ 마늘주사, 백옥주사, 고용량 비타민주사, 마이어스 칵테일주사, 아연주사, 태반주사…. 동네 병ㆍ의원 접수창구에는 다양한 주사요법을 알리는 홍보물이 요란하다. 만성피로 및 숙취 해소, 치매 예방 등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무릎 통증으로 한양정형외과를 찾았다가 C형간염에 감염된 J씨는 의사가 무릎, 허리, 어깨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PRP를 권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주사요법은 아직껏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이런저런 약물을 섞어 ‘특효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염 우려도 크다.

▦ 동네 병ㆍ의원이 주사제 시술에 경쟁적으로 매달리는 건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수입이 줄어든 탓이다. 전체 건강보험 지출 중 동네의원 비중은 2003년 45.5%에서 2014년 27.5%로 크게 떨어졌다. 반면 대학병원은 21.5%에서 31.3%로 높아졌다. 칵테일주사는 미용ㆍ건강 증진 목적이어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다. 대개 비타민주사 1회에 3만원, 비타민 BㆍC와 아연 등이 포함된 백옥주사는 5만~8만원이다. 강남 엄마들 사이에 ‘두뇌활성주사’로 통하는 은행 칵테일주사는 8만~12만원이다.

▦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특수 영역이다. 의사 수입이 예전만 못하다지만, 아직도 근로자 평균임금 대비 OECD 상위권이다. 국민들이 돈벌이 의료에 매달리는 의사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다. 의사들 생각은 다르다. 공적 보험의 전통이 강한 유럽보다는 미국식 자유주의 의료제도를 선호한다. 현행 건강보험이 자신들의 희생 위에 존속한다고 믿으니 3분 진료도 당연시한다. 이 간극을 메워야 한다. 의사들이 제구실을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의료수가와 의사 수입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고재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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