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무장 헬기가 27일(현지시간) 대법원과 내무부 청사를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3월 시작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베네수엘라의 정정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경찰 헬기 한 대가 수도 카라카스의 대법원 건물을 겨냥해 수류탄 두 발을 떨어뜨렸다. 헬기는 내무부 상공에서도 목격됐으며 청사를 향해 최소 15발의 총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청사 안에는 수십명이 참석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으나 정확한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즉각 ‘테러’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공언했다. 그는 “정권을 흔들려는 반정부 세력의 쿠데타 시도”라며 조만간 용의자와 배후를 색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헬기 조종사가 ‘자유. 헌법 350조’라고 적힌 배너를 들고 있는 영상이 나돌아 반정부 단체가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헌법 350조는 민주주의 시스템과 인권을 침해하는 정권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담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조종사의 신원을 “베네수엘라 정보기관 CICPC의 전직 간부 오스카 페레즈”라고 공개했다. 페레즈는 영상에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내일 양심과 국민에 의해 심판 받거나 오늘 당장 부패한 정부에서 해방되는 것”이라며 봉기를 촉구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그간 친마두로 입장으로 일관해 국민의 분노를 샀다. 3월 반정부 시위 확산의 도화선이 된 의회해산 판결을 내리고, 최근에는 정부에 비판적인 검찰총장의 면책특권을 박탈하는 등 사법부의 독립성을 져버렸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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