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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3대3 농구, '문화 올림픽'의 불쏘시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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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3대3 농구, '문화 올림픽'의 불쏘시개 기대

입력
2017.06.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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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욱(왼쪽)씨가 프로농구 선수 문경은을 상대로 현란한 드리블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안희욱씨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십 수 년 전 얘기다. 일반인 안희욱(33ㆍ현 스킬트레이너)씨는 길거리 농구 코트에서 최고의 프로농구 선수였던 문경은(46), 이상민(45), 김승현(39) 등을 간단하게 제압하고 골을 넣었다. 미국 뉴욕 할렘가에서나 있을 법한 '농구배틀'의 한국 버전이었다. 온라인에서 수 없이 공유된 이 영상은 많은 길거리 농구인들에게 꿈을 심어다 줬다.

농구인들에겐 이른 바 '계급'이 있다. '동농(동네농구)' 출신이냐, 농구부 선수 출신이냐 하는 게 그것이다. 동농 출신들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선수 출신을 당해내지 못한다. 학창시절 길거리 농구 대회에 출전했던 기자도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훈련 받은 선수 출신 농구인의 기량에 무력감을 느낀 적이 많다. 선수 출신들이 프로 입문을 바라볼 때 동농 출신들의 시선은 3대3 길거리 농구대회에 가 있다.

최근 3대3 농구가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에 채택됐다. 올림픽에서의 3대3 농구는 경기시간이 10분으로, 시간이 지나지 않아도 한 팀이 21점을 선취하면 바로 종료되는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동농 출신 '비주류'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B급 무대'였던 길거리 농구가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이라는 메인스트림으로 격상된 것은 길거리 농구인들에겐 '일대 사건'임이 분명하다.

3대3 길거리 농구대회는 지난 1946년 미국 뉴욕시의 공원관리인이었던 홀컴 러커가 가난과 범죄로 병든 할렘가 청소년들의 여가선용을 위해 155번가 공원에서 토너먼트를 개최한 것이 그 시초다. 당시 길거리 농구인들은 상대를 제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인기를 개발해 냈다. 묘기에 가까운 길거리 농구 동작들은 그러한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됐다.

3대3 길거리 농구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것이 '힙훕(Hiphoop)'이다. 2000년대 초중반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힙훕은 '힙합(hiphop)'과 '농구골대(hoop)'의 합성어다. 힙훕은 음악과 프리스타일 농구가 만난 하나의 퓨전 문화다. 여성과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3대3 농구는 힙훕보단 엄격하지만, 프로농구 경기보단 자유롭다. 기자는 2000년대 중반 힙훕과 3대3 길거리 농구 대회 현장을 일일이 취재하면서 아마추어 농구 특유의 열정과 재미를 느낀 바 있다. 3대3 농구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에 '흥(興)'과 '문화'라는 요소를 가미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대3 농구는 올림픽의 파급 효과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와 문화의 결합,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창출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기대하고 있는 바람직한 스포츠 마케팅 효과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농구리그인 미국프로농구(NBA)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단기간에 성장했다. NBA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이클 조던(54)을 필두로 한 드림팀을 내세워 스포츠 세계화에 첫 발을 내디뎠고, 이후 조던과 나이키를 통해 명실상부 세계적인 리그로 거듭났다. 나이키 옷을 입고 맥도날드와 게토레이를 마시며 NBA 경기를 관람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가 생겨났던 것이다.

3대3 농구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황성희(32)씨는 "3대3 농구의 묘미는 프로경기에서 보기 어려운 묘기 드리블이나 슛이 흔하게 나온다는 점이다"며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은 반가운 일이다. 3대3 농구를 통해 세계 농구인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사실 3대3 농구의 올림픽 종목 채택은 국제농구연맹(FIBA)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FIBA는 2007년부터 3대3 농구의 국제대회 합류를 위해 경기 규정을 체계화했다. FIBA는 수년 간 공을 들인 끝에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과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이라는 쾌거를 올렸다. 세계 전반적으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농구 인기가 3대3 농구의 올림픽 합류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IOC의 결정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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