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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뉴스]김광석 부녀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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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뉴스]김광석 부녀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

입력
2017.09.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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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광석씨의 생전 모습. CJ E&M 제공
고(故) 김광석씨의 생전 모습. CJ E&M 제공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등으로 유명한 가수 김광석의 죽음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김씨가 사망한 것은 1996년 1월 추운 겨울이었다. 불과 서른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는 집의 실내 계단에 목을 맨 모습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조사 결과 타살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나 그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유서 한 장 없이 세상을 등진 그의 죽음을 석연치 않게 받아 들였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의혹은 의혹으로 남았을 뿐 더 이상 문제되지 않았다.

다시 제기되는 ‘김광석 죽음’ 둘러싼 의혹들

김광석의 죽음이 20년 만에 다시 회자된 것은 지난달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이 개봉되면서였다. 영화를 감독한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는 김씨의 죽음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김씨의 부인 서해순씨를 의혹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김씨의 부모와 형제, 일부 지인들도 김씨의 사망에 대해 줄곧 의혹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당시 정황이나 김씨의 평소 언행으로 볼 때 스스로 죽음을 택할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다.

김씨는 늘 “부모보다 먼저 가는 자식만큼 큰 불효는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의 큰 형이 군 복무 중 숨져 부모의 상심이 컸다. 맏형의 죽음은 그에게도 큰 충격이었고, 부모가 자식을 잃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지인들에게 술자리에서 자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여러 번 얘기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지인들과 어울릴 때 아주 낙천적이고 밝았다. 항상 우스개 소리를 잘해서 친한 사람들은 그와 술자리 하는 것을 즐겼다.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술을 곧잘 마셨고 맥주 몇 병은 아무렇지 않게 여길 만큼 잘 취하지도 않았다. 친구였던 방송인 A씨는 “방송에 나와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릴만한 농담도 잘했고 기타 하나로 모든 장르의 음악을 골고루 잘 불러서 방송사들이 좋아했다”며 “그런 가수가 없었다”고 기억했다.

죽기 전날에도 친했던 가수 박학기를 만나 다음날 공연 때 부를 노래를 의논하는 등 공연 준비를 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만 보면 전혀 죽을 사람 같지 않았다는 의견들이다.

사망 당시 현장 모습도 의혹을 낳았다. 김씨의 죽음을 제일 먼저 발견한 부인 서씨는 “사체 발견 당시 목에 줄이 세 번 정도 감겨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으나 시신의 목에 남아 있는 줄에 눌린 자국(삭흔)은 한 줄 뿐이었다. 또 삭흔이 목 앞 부분에만 있고 뒤쪽에서 발견되지 않아 일반적으로 목을 맸을 때 나타나는 흔적과 달랐다. 여기에 평소 메모광으로 알려진 김씨였으나 유서 한 장 발견되지 않았다.

가수 고(故) 김광석씨의 부인인 서해순씨가 2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JTBC 캡처=연합뉴스
가수 고(故) 김광석씨의 부인인 서해순씨가 2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JTBC 캡처=연합뉴스

부인 서씨가 김씨의 죽음에 대해 설명을 바꾼 것도 의혹의 대상이었다. 김씨의 사망 직후 서씨는 “김씨가 술 먹고 장난하다 실수로 그렇게 됐다”는 식으로 언론과 경찰에 밝혔으나 이후 “김씨가 자살했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 2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를 가진 서씨는 “당시 29세로 어려서 지금처럼 차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며 “정신없이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와중에 기자들이 물어보니 그런 식으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김씨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김씨의 사망 사건은 당시 공소시효(살인죄 15년)가 지나서 수사의 실익이 없다”며 재수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2000년 8월 이전의 변사자 중 살해 의혹을 제기할 만한 새로운 단서가 발견되고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으며, 그 용의자가 생존해 있는 경우 공소시효에 관계없이 재수사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자는 청원이 이어졌다. ‘김광석법’으로 불리는 이 청원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이 발의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김광석법 입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수 전인권씨, 추 의원,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뉴시스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김광석법 입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수 전인권씨, 추 의원,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뉴시스

김광석 죽음 이후 불거진 저작권 분쟁

김씨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김씨의 저작권료를 주목하고 있다. 김씨 사망 이후 부인 서씨와 김씨의 부모, 형제들은 오랫동안 김씨의 저작권료를 두고 법적 분쟁을 벌였다.

김씨는 사망 전 3, 4집과 다시부르기 1,2집 등 음반의 저작권을 아버지에게 양도했다. 마지막으로 발매하기로 한 음반도 아버지 이름으로 저작권 계약을 했다. 이에 대해 서씨는 김씨의 저작권이 자신과 딸에게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저작권은 아버지가 행사하되 아버지가 사망하면 손녀인 김씨의 딸이 권리를 넘겨받는다’는 내용으로 합의처리됐다.

그러나 서씨가 김씨의 저작권을 침해한 음반을 발매하면서 다시 법정 다툼이 재기됐다. 2004년 김씨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어머니와 형이 재판을 이어받아 진행했다. 1심에서는 부인 서씨, 2심에서는 김씨 부모측이 일부 승소했으나 2008년 대법원이 저작권은 김씨의 딸에게 있다고 결론을 내리며 저작권 분쟁이 마무리됐다.

재판 도중 숨진 딸… 소송 이기기 위한 의도적 은폐?

이 와중에 김씨의 딸이 10년 전에 죽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김씨와 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김씨 부친의 사망 이후 저작권을 상속받은 딸 서연(당시 17세)양은 2007년 12월 집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1시간도 안 돼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화농성 폐렴이었으며 몸에서 감기약 외 다른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서씨는 인터뷰에서 “갑자기 애가 자다가 물을 달라면서 쓰러졌다”며 “병원에 데려갔는데 사망이라고 해서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서연양이 저작권 소송 중에 사망했고, 서씨가 이를 10년 동안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저작권을 둘러싸고 서씨와 김씨의 부모 형제들이 소송을 벌이고 있던 만큼 저작권의 상속자인 서연양의 죽음을 재판 당사자인 김씨의 부모 형제들은 물론이고 법원에도 알려야 했는데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씨는 인터뷰에서 당시 딸의 죽음을 알리지 않은 이유를 “경황이 없어서”라고 밝혔다. 그는 “장애인인 아이가 사망한 상황이라 경황이 없었고 가족들과 왕래가 없어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상속권 분쟁에서 불리할까봐 일부러 딸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서씨는 인터뷰에서 “사망 여부를 재판부에 알리는 것에 대해 그렇게 해야 되는 것인지 잘 몰라서 변호사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며 “딸이 사망하면 상속분이 자동으로 나한테 돌아오기 때문에 굳이 사망 사실을 숨길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씨 유족측의 김성훈 변호사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해 “아이가 죽었으면 본인이 당연히 상속인이 되고 상속피고가 된다”며 “법을 잘 몰랐다면 담당 변호사에게 아이의 사망 소식을 알리고 절차상 문제가 있는 것을 해결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가수 고 김광석씨 본가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성훈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가수 고 김광석씨 본가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성훈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서연양의 사망에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김씨의 형과 이상호 기자 등은 지난 21일 서연양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서씨를 살인·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경찰은 서씨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조만간 불러서 조사할 예정이다.

서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22일 인터넷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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