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이란 장르가 읽히는 문학으로서의 매력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에 동감한다. 그것은 재료문학의 한계일수도 있고 이 시대, 활자 탐닉자들의 트랜드 일수도 있다. 그 알수 없는 경향에 대한 작은 저항으로 우리 심사위원과 주관사인 한국일보는 연극성을 잃지는 않되 조금 더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에 심사의 무게를 두었다. 올해 투고한 작품들의 대략적 경향을 요약하면 가족을 모티브로 가족구성원의 상실, 소통의 부재를 다룬 이야기가 많았고 삶과 세상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고스란히 어둡고 무거운 느낌으로 그려진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역사적 사건 속의 한 장면을 펼치며 시대와의 궤적을 이으려는 시도도 보였고 만화적 상상력으로 치장된 우화스러운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이렇듯 다양한 이야기를 보는 것이 심사의 즐거움이라면 단편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 부분이나 연극이 갖는 시공간의 기술이 녹아들지 못한 것은 소박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당선작인 주수철의 ‘그린피아 305동1005호’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인중계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우리의 삶에 어느 순간 절대적 존재가 되어버린 ‘집’ 이라는 소재와 ‘계약’ 이라는 상황을 가지고와서 작은 토막 이야기를 만들었다. 개성이 분명한 인물 창조력과 그 개성을 만드는 대사의 엮음이 좋았고 인물들의 등퇴장과 세기의 고른 분배로 무대 위의 리듬이 경쾌하게 느껴졌다. 평면적 상황극이란 부분과 마지막 결론이 기대보다 덜 한 아쉬움은 있지만 읽는 즐거움과 읽으면서 무대가 그려지는 희곡의 매력이 잘 살아있는 작품으로 당선을 드린다.
당선작 선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마지막까지 고민스러운 선택을 만든 연지아의 ‘선택일지’는 꽤나 신선하고 흥미롭게 읽혔다. 재미난 대치를 만들고 착한 엔딩도 좋았지만 몇몇 장면에 대한 필요성이 끝까지 심사위원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장진 극작가ㆍ연출가, 김은성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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