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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박진영이 좋아하는 것

입력
2015.05.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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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식스틴'은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프로듀서 박진영 버젼 꿈의 구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여자 연습생 16명을 뽑아 서바이벌 오디션을 보고, 심사를 본다. 그리고, 여기에는 지난 20여년 동안 한결 같은 박진영만의 취향이 담겨 있다. '식스틴'에서 박진영은 박진영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를 위해, 그가 지난 세월동안 늘 좋아했던 것들을 모아 보았다.

지난달 29일 JYP 뉴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Mnet '식스틴(SIXTEEN )'제작발표회에서 박진영 음반제작자가 프로그램 소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최승준 CP, 박진영, 김정범 PD. 뉴시스
지난달 29일 JYP 뉴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Mnet '식스틴(SIXTEEN )'제작발표회에서 박진영 음반제작자가 프로그램 소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최승준 CP, 박진영, 김정범 PD. 뉴시스

● 쌍꺼풀 없는 남자, 고양이상 여자

기획사마다 선호하는 외모가 있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JYP는 기획사를 모른 채 봐도 JYP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많다. 여자의 경우 박지윤, 현재는 소속사를 떠난 원더걸스 소속의 소희, 그룹 미스 A의 페이 등이 대표적인 고양이 상들. 반면 남자는 다른 많은 기획사들이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큰 눈의 미남들을 선호하는 반면 JYP는 god 시절의 윤계상, 손호영, 비, 2PM의 이준호 등 쌍꺼풀 없는 남자들이 꾸준히 캐스팅됐다. 지금은 캐스팅 디렉터가 있지만 박진영이 많은 일들을 직접 하던 JYP 초창기부터 이랬던 걸 보면 박진영의 확실한 취향이라 할 수 있을 듯. '식스틴'의 출연자 중에서도 '예은과 선예를 섞은 것 같은 멤버' 같은 평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서바이벌 오디션

박진영의 또다른 한결 같은 취향. 조권과 선예를 발굴한 SBS '영재육성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 m.net '열혈남아' 등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작하고 출연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SBS 'K팝스타'에 참여하면서 '식스틴'까지 진행할 만큼 리얼리티 쇼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특히 '슈퍼스타 서바이벌' 시절부터 팀을 두개로 나눠 경쟁을 시키고, 그 중 한 팀에서 탈락자를 뽑는 방식은 '식스틴'에서 메이저와 마이너 중 어느 쪽에 속하느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문자 그대로 연습생들의 경쟁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사람. 그가 기획한 드라마 KBS '드림하이'도 우열반처럼 나눠진 예고 학생들의 이야기였다.

● 여자를 보는 것

박진영은 '어머님이 누구니' 뮤직비디오에서 반한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딱히 더 가까이 가거나 육체적인 접촉은 거의 없다. '니가 사는 그집'은 헤어진 여자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노래였고, 더 거슬러 올라가서 '난 여자가 있는데'는 선을 넘지는 않은 채 '어떡해'를 연달아 말하는 노래. 여성과 섹슈얼한 분위기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딱 거기서 멈추는 경우가 많달까. 그리고 여자 연습생들 16명을 모아놓은 '식스틴'에서는 연습생들이 노래, 요리, 발레, 예능 등을 하면 먼 발치에서 홀로 앉아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문자 그대로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 즐거워하는 느낌이랄까. 여러모로 '식스틴'은 박진영의 취향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을 듯.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뮤직비디오 캡처.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뮤직비디오 캡처.

● 심사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를 하면 당연히 심사를 하게 되고, 심사를 하다보면 자신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특히 박진영의 경우 'K팝스타'를 통해 '공기반 소리반', '말하듯이 노래하기', '처음 들어보는 노래' 같은 심사로 화제와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온갖 음악 지식을 동원하며 심사를 할 만큼 음악 이론을 잘 알다보니 심사에 날카로운 평론이 들어가고, 동시에 취향도 매우 뚜렷하다 보니 그만큼 심사평에 그만의 기준과 취향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K팝스타'에서는 시청자가 난해하게 느낄 만큼 이론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반면 '식스틴'에서는 '스타성을 볼 것', '내가 좋아하는 동작' 같은 취향에 기초한 심사가 많이 나오는데, 이 쯤 되면 그의 심사란 '객관과 주관이 결합된 (JYP의) 절대 심사'라 할 수도 있을 듯.

● 디스코

박진영의 음악적 기반은 1980년대 디스코/펑크가 원류로 힙합을 포함하는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의 히트곡 'Kiss me'는 스티비원더의 리메이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이 곡을 기반으로 만들었고, 원더걸스의 'Tell me', 최근의 '어머님이 누구니'역시 디스코가 기반. 대신 [K팝스타]에서 밝힌대로 재즈에는 큰 관심이 없다. 록과 일렉트로니카 등의 곡도 상대적으로 적게 만드는 편.

● 코미디

은근히가 아니라 대놓고 코미디 연기를 하기를 좋아한다. '어머님이 누구니'에서도 여자를 쳐다보며 정신 못차리는 남자를 연기했고, 영화 '드림걸즈'를 패러디한 원더걸스의 'Nobody'에서도 휴지가 없어서 화장실에서 못 나가는 인기 가수를 연기하는 등 늘 웃기는 남자를 연기했다. '드림하이'에서는 실제로는 제작자이면서도 별볼일 없는 교사로 나와 코미디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중 가장 압권은 '놀만큼 놀아봤어'에서 노인 분장을 한 것. 본인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던 것 같지만...

● JYP

박진영의 곡 도입부에 들리던 'JYP'. 이 때문에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곡에 프로듀서의 이름을 넣는 것은 미국에서 시작된 유행이기도 했다. 곡을 누가 만든 것인지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그만큼 박진영도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곡에 대해 무언가 남기고자 하는 마음이 뚜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종합하자면 노래, 춤, 코미디 모두 잘 하고 싶고, 음악 이론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말도 잘하며, 그래서 어린 가수 지망생들을 보며 물개 박수 치며 심사하는 것을 취미로 하는 남자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찌보면 완벽한 남자가 되고 싶고, 자신의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 같달까. 그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계속 노래를 만들고, 리얼리티 쇼를 제작하고, 심사를 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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