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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유학년제 세대’

입력
2017.12.18 14:5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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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이거 꼭 외워야 한다. 이거 시험에 나온다.” 과거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집중시키려고 즐겨 썼던 말이다. 이제 우리 선생님들은 시험의 그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 변화되는 수업과 평가 속에서 학생들이 스스로의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획일적 잣대의 결과 중심 평가가 아닌 과정중심 수행 평가와 서술형 평가에 집중하고, 이전에는 진도에 쫓겨 엄두내지 못했던 토론, 교과 간 협력 수업, 마을 선생님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 지역사회 체험학습 등 다양한 수업을 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 역시 ‘수평선(수업, 평가 개선 교사 모임)’과 ‘교사 함성(교사 함께 성장연수)’등을 통해 선생님들의 변화를 돕고 있다.

“자유학년제 때문에 시험이 없으니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하고 놀기만 해요.” 이따금씩 만나 뵙는 학부모님들의 우려의 목소리이다. 시험이 없으면 우리 아이들은 공부를 안 하는 걸까. 학부모님들의 걱정처럼 정말 노는 데만 집중할까.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에 덴마크 수업에서 자전거를 수리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방영됐다. 옆에는 수학 선생님이 교과협력학습으로 자전거 바퀴살을 활용, ‘각도’를 가르치고 있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도, 프로그램을 보도하는 기사 댓글에도 감탄과 부러움이 가득했다. ‘공부 안 한다’는 비판은 어디에도 없었다. 자유학기제 도입 후, 교육 선진국의 그 ‘부러운’ 수업이 우리 교실에서의 일상이 되어 안착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2015년부터 자유학기제(지금은 자유학년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중간·기말 시험을 보지 않고 성적을 고입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시도는 학교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교육은 지식의 주입에서 학생의 내재적 재능과 적성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수업의 중심 역시 ‘진도’에서 ‘학습’으로 옮겨지고 있다. 어른들 눈에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고치고 바퀴살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아이들은 분명 자신만의 지식과 새롭게 살아갈 힘을 키우고 있다. ‘한 줄 서기’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교육 선진국들에서는 이런 모습이 초중고 교육 전체에 걸쳐 관찰되는 반면 우리는 아직 자유학년이라는 한정된 시기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에서 이런 변화를 경험한 세대를 ‘자유학년제 세대’라고 불러 본다. 그 세대의 첫 아이들이 곧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내신경쟁과 문제풀이, 공고한 서열위주의 대학입시로 인해 혹여 중학교 때 꽃처럼 피어나던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자유학기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점점 더 뿌리내리고 있기에 냇물이 강물이 되고 강물이 바다가 되듯 자유학년제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큰 물줄기를 만들어 갈 것으로 믿는다.

며칠 전 읽은 기사가 떠오른다. 교육 강국 핀란드에서 대학생들의 창업 붐이 일고 있다며 한 청년 창업가의 말을 실었다. “우리의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기획하고 주도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자유학년제 세대 역시 새로움을 기획하고 주도해 나가며 이웃들과 함께 단단한 삶의 주인으로 굳건히 뿌리 내려 갈 것이라 확신한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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