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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급한 불 껐지만…자금 마련 숙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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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급한 불 껐지만…자금 마련 숙제 여전

입력
2016.09.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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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이 미국 법원의 압류중지명령(스테이오더) 승인을 받아 선박 압류 등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입항을 하더라도 여전히 화물을 내리기 위한 자금이 부족해 물류대란을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연방파산법원은 한진해운의 스테이오더를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미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잠정 승인) 등 4개국에서 한진해운 선박은 압류를 피할 수 있게 됐다. 한진 그리스호는 150만달러(약 16억원)의 하역비를 지불하고 10일 오전 미국 롱비치 터미널에서 하역 작업을 개시했다.

그러나 입항과는 별개로 물건을 내리기 위해서는 선박 고정 작업(래싱)과 항만 사용료 등 하역비가 필요하다. 미국 롱비치 터미널의 경우 서울 중앙지법 파산부의 승인으로 미국 계좌에 보유한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활용해 하역 작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롱비치를 제외한 다른 항구와 다음주 초 스테이오더를 신청할 독일, 스페인 등에서는 하역비를 낼 수 없어 한진해운 선박들은 항구 주위를 맴돌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해운업계는 당장 필요한 하역비를 1,700억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당장 이 비용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일 대한항공 이사회는 한진해운이 54%의 지분을 보유한 미국 롱비치 터미널 담보를 취득하는 조건으로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롱비치 터미널을 담보로 대출해준 해외 6개 금융기관과 또 다른 대주주인 스위스 선사 MSC(지분 46%)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일각에서는 롱비치 터미널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가진 MSC가 아시아-미주 항로에서 알짜로 꼽히는 터미널을 통째로 얻기 위해 지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협상 기일도 변수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자금지원을 위해 7곳의 이해관계자와 개별 접촉해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3일까지 내놓기로 한 사재 400억원이 그나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지만 이 역시 현재 화물들을 내리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담보를 전제로 한 한진그룹의 600억원 지원 방안이 합당한 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11일 현재 운항 차질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의 선박은 전날보다 한 척 줄어든 91척으로 집계됐다. 가압류된 4척을 포함해 컨테이너선 77척과 벌크선 14척이며, 미국에서 하역을 시작한 한진 그리스호는 제외됐다. 정부는 이날 한진해운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포워딩 업체(운송대행 업체)를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4,000억원을 지원하고, 화주(貨主)와 물류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전담 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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