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3일 수도 베이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북한의 최룡해 노동당 비서 등 정상급 외빈 50여명과 각국 외교사절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승절 70주년 기념식과 열병식을 대대적으로 거행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열병식에는 군 병력 1만2,000여명과 500여 개의 최첨단 무기, 200여대의 군용기가 동원돼 중국의 막강해진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올라선 중국은 이날 행사를 통해 세계 만방에 군사굴기(軍事?起)를 공식화했다. 열병식에 동원된 무기는 모두 중국산이며 그 가운데 84%가 이날 처음 외부에 공개된 최신형이라고 한다. 특히 일본과 태평양의 미군 전략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위용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내세워 일본과 함께 자신들을 포위 압박하는 미국을 향한 군사적 시위의 의미가 없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현재 세계는 태평하지 못하며 ‘다모클레스의 칼’이 인류의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다”면서 “중국인민해방군이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는 신성한 사명을 충실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모클레스의 칼이란 한 올의 실에 매달린 칼처럼 언제든 떨어질 수 있는 위기를 뜻하는데, 강력해진 군사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위기상황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중국의 군사굴기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군사력 팽창은 그 어떤 명분으로 이뤄지더라도 주변국을 위협하고 강대국 간 군비경쟁을 부추겨 필연적으로 군사적 긴장 고조와 대결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현재 동ㆍ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이 얽힌 영토분쟁과 군사적 충돌위기 고조가 그 사례다.
시진핑 주석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한 듯 “영원히 패권을 칭하지 않고 확장을 꾀하지 않으며 스스로 경험한 비참한 재난을 다른 민족에게 강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인민해방군 30만 명 감축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천으로 뒷받침 되지 않은 다짐은 주변국들의 불안과 우려를 절대 해소하지 못한다. 분쟁을 힘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으로 풀고,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주변국들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면모를 보일 때 비로소 국제사회는 시 주석의 다짐을 진정성을 갖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중국이 대대적인 전승절행사와 열병식을 계기로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강력히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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