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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에너지법정책의 현재와 미래

입력
2017.06.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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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서 에너지정책이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은 미세먼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기 중에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등 점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신규 원전건설계획을 백지화하는 등 기존 원자력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시대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의 이러한 에너지정책에 대해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 쪽에서는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반면, 상당수의 에너지 전문가들은 석탄화력과 원자력을 제외한 나머지 에너지원만으로 과연 충분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다른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에너지 분야에는 법과 정책으로 국가가 규제를 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몇 가지 특수한 성격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특수한 성격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는 바람직한 에너지법정책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첫 번째는 에너지 시장의 역동적인 성격이다. 일반 상품시장에 비해 에너지 시장은 여러 가지 다양한 정치, 사회, 경제적 요소에 의해 실시간으로 영향을 받는 동적인 성격을 갖는다. 지금도 중동 산유국가들의 정치적 상황이나 미국 셰일가스 관련 시장상황의 변경은 우리나라 에너지 시장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친다. 바람직한 에너지법정책의 내용은 에너지시장의 이러한 동적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에너지 산업의 기술 의존성이다. 에너지 산업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발전의 영향을 받는 분야에서 규제정책과 법은 그 기술발전 속도에 맞추어서 빠르게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술 의존성으로 인해 규제당국이 적시에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가 에너지 산업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세 번째는 에너지법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이익집단들의 역할이다. 어느 산업분야에서나 규제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이익집단들의 역할이 존재하지만 에너지 시장에서 이익집단의 공식적인 혹은 비공식적인 영향력은 일반적인 추측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영향력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에너지 관련 규제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의해 에너지 관련 이익집단들이 누리게 되는 지대(rent)가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법학자로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최상위 기본법으로 하는 우리나라 에너지법의 전체적인 체계와 내용에 대해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 지난 두 세대에 걸친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저렴하고 풍부한 에너지원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 에너지정책 목표가 되었고, 그 결과 에너지원 별로 시기를 달리해서 요구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각 분야 별 에너지법은 전체적인 체계 정합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결국 에너지 분야에서 심각한 규범과 현실의 괴리로 이어졌다. 한전이나 원전마피아 등으로 표현되는 강력한 이익집단들이 에너지정책 형성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는 사회적 최적과는 늘 상당한 거리가 있는 에너지 자원의 생산과 배분으로 이어졌다.

지금 새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에너지 정책 기조의 변화가 또 하나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에너지법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특수성이 정책형성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또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몇몇 전문가들이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형성과정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도 크게 경계할 일이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대한민국에 있어서 에너지는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전보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고, 에너지정책 형성 과정에서 국민들의 다양한 선호들이 충분히 정합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허성욱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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