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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논설위원

등록 : 2015.05.25 16:11
수정 : 2015.05.26 06:38

[이충재 칼럼] 황교안밖에 없었나

등록 : 2015.05.25 16:11
수정 : 2015.05.26 06:38

司正으로 레임덕 늦추려는 대통령

정권 보위 충실한 인물 총리 발탁

소통 어렵고 도덕성도 의심스러워

질문받는 국무총리 후보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의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06년 1월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가 장관 임명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어째서 총리가 생각하는 것만 옳습니까.”노 대통령의 언성이 높아졌다.

“감정적으로 그러지 마세요.”이 총리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입에서 “그럴 거면 그만두세요”라는 말도 나왔다. (‘바보, 산을 옮기다’ 윤태영)

노무현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향했다. 우리 헌법에 내각책임제 요소가 포함돼 있어 내각을 통할하는 실질적인 권한을 국무총리에게 줘야 한다는 생각을 늘 머리 속에 담고 있었다. 그렇게 보면 대통령과 총리의 언쟁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닌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는 각료의 한 사람일 뿐이다. 이 정권 초대 총리인 정홍원이나 70일 만에 낙마한 이완구 모두 책임총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박 대통령은 손톱만큼도 권한을 내줄 의사가 없었고,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총리들도 절대 선을 넘지 않았다.

청와대는 황교안 후보자 지명 배경으로 부패척결과 정치개혁을 들었다. 하지만 부정부패 척결이 그리 중요하다면 황 후보자를 굳이 총리를 시킬 이유가 없다. 총리보다는 법무부장관 자리가 부패사정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가 부패사정의 전면에 나섰을 때 “왜 총리가 나서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실체가 애매한 ‘정치개혁’이란 것도 필요하다면 여야 정치권에서 해야지 총리가 나서는 건 얼토당토않다. 국무총리는 국정 전반을 다루는 자리지 대통령의 특정 미션을 수행하는 자리가 아니다. 번지 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박 대통령이 황 후보자를 택한 진짜 이유는 ‘정권의 충직한 수호자’를 원했기 때문이다. 법무부장관 시절 그는 대통령의 코드에 맞춘 법 집행에 충실했다. 통합진보당 해산,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 정윤회 비선 실세 의혹,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 정권의 고비마다 중심에는 언제나 황 후보자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총리의 가장 중요한 자격을 자신에 대한 충성심으로 여긴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 시기 전방위 사정을 전면에 내거는 것은 강력한 사정드라이브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다. 임기 후반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가시권에 접어든 레임덕을 조금이라도 늦추려는 의도다. 그러나 현실은 박 대통령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을 앞세운 ‘공안정치’는 사회를 경직되게 만든다. 이념 갈등을 부추기고 진영간 대립을 심화시킨다. 분열과 갈등이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성장이든, 복지든, 일자리든 타협이 요구되는 어떤 과제도 해결될 수 없다.

황 후보자는 야당과의 관계도 파탄 낼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이 목말라하는 연금개혁, 노동개혁 등 각종 개혁작업은 야당의 이해와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는 법무부장관 시절 사사건건 야당과 충돌해 두 차례나 해임건의안이 제출된 바 있다. 야당과 소통이 가장 안 되는 사람을 시켜놓고 산적한 국정과제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황 후보자에게 부패 척결을 맡긴 것도 황당하다.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제기된 의혹만 봐도 화려하다. 낙마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보다 많은 고액수임료, 10년 동안 단 4명만 해당된 희귀한 ‘두드러기’ 병역면제, ‘떡값 검사’를 죄다 무혐의 처분한 ‘삼성X파일 사건’지휘, 여기에 아파트 투기와 편법 증여 의혹에 과태료 상습체납, 종교편향 논란까지. ‘비리 완구백화점’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이 전 총리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청와대는 근 한 달 동안 100명이 넘는 총리 후보자를 물색했다고 한다. 개중에는 검증에 걸리거나 ‘실권 없는 총리’는 싫다며 손사래를 친 경우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고르고 고른 인물이 황 후보자다. 신선하지도 도덕적이지도 않고 탈도 많은 사람을 굳이 택하는 건 이 정권에 그 만큼 쓸만한 인물이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박 대통령은 끝까지 손바닥만 한 수첩을 버리지 못할 모양이다.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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