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안지구 정착촌 무조건 지원”
네타냐후 ‘한 국가 해법’ 밀어붙여
반 총장 비판엔 “테러 조장” 막말도
팔 자치정부는 내부분열로 무기력
국제사회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정부가 예루살렘 동쪽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주거지 건설을 강행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강경정책이 중동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의 예루살렘 동쪽 내 유대인 주거지 건설 추진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최근 “이스라엘이 ‘두 국가 해법’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집중 보도했다. 이-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두 국가 해법’이란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독립시키고 두 나라가 평화공존하는 방안을 뜻한다. 1993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체결된 팔레스타인 자치협정 이래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평화 회복을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각각의 독립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공공연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을 통합한 단일 국가를 구성하자는 ‘한 국가 해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1월 24일 내각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요르단강 서안지구(이하 서안지구)에서 늘어나는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무조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법상 이 지역에 설치되는 이스라엘 정착촌은 위법이지만, 이스라엘은 정착촌을 세운 유대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구실로 서안지구를 서쪽으로부터 조금씩 점령해 지배를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있다. 급기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이스라엘이 ‘두 국가 해법’ 약속을 어기고 있다”면서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도리어 “테러를 조장하는 발언”이라며 맞섰다.
우파 집권당에 대항하는 제1야당 당수조차 “두 국가 해법이 당장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삭 헤르조그 시오니스트연합당 대표는 1월 20일 이스라엘군 라디오에 출연해 “두 국가 해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확실한 경계선을 치고 두 민족을 분리해야 한다”며 ‘선(先) 분리 후(後) 두 국가 해법’을 주장했다. 그는 29일 뉴욕타임스 국제판에 기고한 글에서도 “이스라엘-서안지구 경계와 인접한 주요 정착촌은 이스라엘 편으로 두고 나머지 정착촌은 철거하자”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의 일방주의에 무기력할 뿐이다. 더구나 자치 정부가 온건 파타당과 강경파 하마스로 분열하면서 구심력은 더욱 분산되고 있다. 하마스가 2007년 이래 가자지구를 사실상 장악한 채 무장투쟁 독자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을 이끄는 파타당 출신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사실상 통치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러다 보니 이스라엘 입장에서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힘있는 협상 파트너로 고려하기 곤란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정세도 이스라엘에 유리하다. 테러 집단 이슬람 국가(IS)의 발흥과 시리아 내전 때문에 국제사회는 예루살렘보다 시리아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이란이 서구와 손잡고 역내 강국으로 부상한 것도 호재다.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는 이란 견제의 새 파트너로 이스라엘을 고려 중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여러 아랍 국가들이 우리를 적이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제 공개적으로 접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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