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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발뺌하고 영장심사 보이콧… MB, 구속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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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발뺌하고 영장심사 보이콧… MB, 구속 ‘자충수’

입력
2018.03.23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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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소유주는 MB’ 사실상 인정

마지막 방어권 기회조차 포기

“법원 어느정도 부담 덜어” 분석도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MB) 전 대통령 구속 수감은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명백한 진술과 증거 앞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데다, 구속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소명 기회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포기한 이 전 대통령 자세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로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염려’ 등을 들었다. 중대범죄인 뇌물수수 등 10여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뜻이다. 특히 검찰 안팎에선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를 차명 보유하면서 300억원대 비자금을 빼돌리고(횡령), 삼성전자로부터 60억원대 다스 소송 비용을 대납 받은 것(뇌물)이 영장 발부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두 혐의의 전제가 되는 다스 실소유주 문제와 관련해 숱한 증거와 진술이 이 전 대통령을 지목하고 있는 것도 치명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소송비 대납을 비롯해 대통령 재임 시절 혹은 당선이 유력했던 때 민간 기업과 정치인 등으로부터 20억원대 불법자금 등 110억원대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1,000만원대 뇌물만 받아도 구속해 온 점에 비춰볼 때 죄가 매우 무겁다. 또 청와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나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 MB 재산 관리인 이병모 이영배씨 등이 이미 구속기소된 상태라 형평성 문제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의 영장 발부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주인(실소유주)이라는 게 인정된다는 점을 확인하는 셈이어서 주목된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뿐 아니라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피의자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때도 “(다스는) 내 소유가 아니다”라고 발뺌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구속수감된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구속을 축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류효진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구속수감된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구속을 축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류효진기자

최측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나 조카 이동형 다스 부사장 등의 구체적인 진술도 허위 진술이라 강변했다. 이처럼 객관적인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부인하는 이 전 대통령 자세도 ‘증거인멸 염려’로 간주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서 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기초적 사실관계까지도 부인하는데다, 대통령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있던 사람들 중심으로 최근까지도 증거인멸과 말 맞추기가 계속되어 온 점을 볼 때 증거인멸 우려도 높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의 심사 포기가 법원 부담을 덜어줬다는 분석도 있다. 피의자 인권보호 차원에서 도입된 영장심사에 출석하지 않는 건 법률상 보장된 방어권을 포기한 셈이다. 심사 불출석이 무조건적인 영장 발부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범행을 자백하거나 검찰 주장에 저항해 봐야 소용 없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앞서 심사를 포기한 피의자들이 예외 없이 모두 구속된 전례를 모를 리 없는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실낱 같은 희망조차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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